美군정, 후세인 정권 위해 일했던 바트당 관료들 대거 재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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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정권을 위해 일했던 수천명의 바트당 관료가 미 군정 당국의 요청으로 각 부처에 복귀하면서 '민주정권 수립을 돕겠다'던 미 군정의 목표가 출발부터 퇴색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이라크 석유부의 베테랑 관리들이 미군의 요청에 따라 현직에 복귀했고, 사이드 알사하프 공보장관과 함께 사라졌던 이라크 공보부 관리들도 어느 틈에 팔레스타인 호텔로 돌아와 외신기자들의 통역 노릇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후세인 정권 당시 탄압의 상징이었던 올리브색 복장의 이라크 경찰 2천명은 이미 미 육군 3, 4사단 병력과 함께 바그다드 시내에서 치안 순찰과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바트당 당원이다.

미 군정이 원활한 통치를 위해 바트당 관료들에 의지하면서 정권의 몰락과 함께 종언을 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바트당이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부활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그러나 바트당의 한 고위 관리는 "1947년 창당 이후 5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아랍 바트사회주의당은 후세인 개인의 것이 아니다"면서 "바트당은 아랍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바그다드 대학의 와미드 나드미 정치학 교수는 "그들은 과거에 후세인에게 충성했듯이 지금은 외국의 침략자들에게 충성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의 새 정부도 바트당에 의해 장악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군정 행정청장으로 임명된 제이 가너 미 국방부 재건인도처장이 21일 바그다드의 카스르 알파오 대통령궁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함으로써 미국의 이라크 군정체제가 본격 출범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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