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北송금 사법심사 대상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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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만찬회동을 했다. 권양숙(權良淑).이희호(李姬鎬)여사도 동석했다.

만찬은 金전대통령이 좋아하는 중식(中食)코스요리로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배석자는 없었다. 두 사람은 만찬 후 송경희(宋敬熙)청와대 대변인을 불러 발표 내용을 구술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2월 25일 盧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당시 두 사람은 취임식이 끝난 뒤 서로 손을 붙잡고 나란히 걷는 등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이후 대북 비밀 송금 특검이 시작됐고, 호남 소외론이 불거지는 등 주변환경은 미묘하게 변해갔다.

회동에서 金전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대해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의 대북 송금이 사법적 심사 대상이 안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특검수사에 대한 불편한 심사를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회동 후 宋대변인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金전대통령의 견해에 대해서는 盧대통령이 "지당한 말씀"이라고 호응했다고 발표했으나, 특검 부분은 "(金전대통령의 말을)盧대통령이 경청하는 입장이었다"고만 밝혔다.

이날 盧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의 현관 앞까지 나가서 기다리다 金전대통령 내외를 마중하는 등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식사 전 金전대통령은 權여사에게 "무사히 잘 지내셨어요"라고 말을 건넸고, 權여사도 "무사히 잘 지내셨습니까"라고 받았다. 金전대통령은 발언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목이 잠긴 상태였다.

盧대통령이 건강상태를 묻자 金전대통령은 "관절이…나이가 나이인 만큼 건강이 다 좋다고 할 수 없죠. 5년 동안 건강을 갉아먹고 살았습니다"라고 답했다.

盧대통령이 "50일 정도됐는데 벌써 답답하다. 큰 감옥에 사는 기분인데 대통령은 어떻게 지내셨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金전대통령은 "대통령이 총명하니까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4.24 재.보선 지역에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냉담한 태도에 당혹스러워하던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는 회동 전부터 "상당히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등 두 사람의 만남을 반겼다.

반면 한나라당은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정치적 쇼'라고 맹비난했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재.보선에서 이겨보려고 병문안 운운하면서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문안을 하려면 병원이나 동교동으로 찾아가야지, 청와대로 초청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도 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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