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며느리 고 여인이 진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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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원효로1가 여갑부 윤경화씨(71)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터 윤씨의 조카며느리 고숙종씨(46)의 원피스에서 윤씨의 혈액형 A형과 같은 혈흔을 발견했다는 감정결과에 따라 고씨를 이 사건의 진범으로 단점, 사건전모를 금명간에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문제의 고씨 원피스에서 나온 혈흔의 개수 ▲혈흔의 종류 ▲크기 등 정식감점결과가 나오지 않아 고씨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을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고씨를 진범으로 단정한 것은 ▲윤씨가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지난달 22일 하오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동안의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고 ▲고씨가 범행을 자백했으며 ▲고씨 집에서 발견된 윤씨의 패물 ▲윤씨의 패물이 지난 4일 경찰신고이전 집에 있었다는 고씨의 맏딸 미경 양(19)의 진술 ▲고씨의 진술에 따라 나중에 발견된 윤씨 집 부엌과 2층 계단의 형광등 스위치에서 나온 혈흔 ▲고씨의 원피스에서 나온 혈흔 등에 근거하고 있다.
경찰이 밝힌 사건전모는 다음과 같다.

<범행준비>
지난달 22일 낮 윤씨 등 5명과 서울 충무로 진고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한 뒤 이날 하오 4시쯤 윤씨의 승용차로 정릉4동 고씨 집 앞에서 내린 뒤 옷을 갈아입고 붉은 색 원피스 한 벌을 따로 준비, 가방에 넣은 다음 30분 후 집을 나섰다.
고씨는 서울 구산 동과 흑석 동에 들러 보험금을 받은 뒤 84번 버스로 서울 남대문로1가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내려 하오 6시30분쯤 윤씨 집에 전화를 걸어『상의할 일이 있어 찾아간다』고 미리 약속을 했다.
고씨는 신세계 앞 지하상가화장실에서 준비한 원피스로 갈아입고 윤씨 집에 도착, 숨진 가정부 강경연 양(19)과 윤씨의 양녀 수경 양(6)이 문을 열어 주자 집안으로 들어가 윤씨에게 『전에 약속한 아파트를 사 달라』고 졸라댔다. 이에 대해 윤씨가『요즘 돈 들어갈 일이 많아 아파트 사줄 돈이 없다. 돈을 헤프게 쓰니까 못 살지 않느냐』며 나무라자 고씨는 『화장실에 간다』며 안방에서 나와 부엌에 있던 도마 위의 식칼을 들고 뒷마당으로 가서 화원에 있던 나일론 빨랫줄을 길이 70㎝가량씩 2개를 잘라 감추었다.
이어 뒷마당으로 나가는 출입문 앞에 있는 연장 통에서 망치를 찾아 들었으나 망치 잡은 손이 미끄럽자 다시 면 장갑 1짝을 나일론 장갑 위에 덧끼었다.

<범행>
안방으로 들어간 고씨는 TV를 보고 있는 윤씨를 뒤에서 망치로 3번 내리쳐 쓰러뜨리고 윤씨의 비명을 듣고 함께 TV를 보던 가정부 강 양과 양녀 수경 양이 2층으로 도망가는 것을 뒤쫓아 계단 중간 화장실 앞에서 강 양을 망치로 5차례 때렸다.
망치 세례를 받은 강 양이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자 고씨는 강 양을 끌어다 윤씨 옆에 누인 뒤 준비한 나일론 끈으로 윤씨와 강 양의 목을 졸라 확인살해하고 이불을 덮었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간 고씨는 2층 자기 방 침대 밑에 숨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수경 양을 끌어내 망치로 3차례 때려 숨지게 한 뒤 1층 안방 옆방에 있는 가정용 전선을 잘라 수경 양을 목을 다시 졸라 완전히 숨지게 했다.

<도피>
범행 후 고씨는 욕실에 들어가 손발을 씻은 뒤 옷을 갈아입고 스타킹과 슬리퍼를 신문지에 말아 싸 가방 속에 숨겨 윤씨 집을 나섰다.
이때 안방에서 찾아낸 열쇠로 현관문을 잠갔다.
고씨는 택시를 타고 7백여m쯤 떨어진 청 파동에서 차를 멈추고 신문지에 싼 피묻은 스타킹과 슬리퍼를 청 파동120의33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시 택시를 탄 고씨는 밤11시쯤 정릉4동 집 부근 구멍가게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고씨는 윤씨 집에서 훔친 패물들을 장롱 위에 숨겼다.
피묻은 옷은 그후 3차례 빨래했다.

<패물은닉>
지난 6일 경찰에 연행된 후 고씨는 경찰에 면회 온 맏딸 미경 양에게 귀엣말로『패물을 감 추라』고 지시, 미경 양이 패물을 비닐로 싸 양말 속에 넣어 베개 속에 감추었고 패물이 들었던 윤씨의 손가방은 서울 삼성동 콩밭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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