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수론 불경기 탈출했다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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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국이 발표한 지수경기는 하반기 들어 꾸준한 회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여전히 불황을 호소하고 있고 일반가계에서 느끼는 경기감각도 거북이걸음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한쪽이 잘못된 탓인가. 무슨 이유로 통계수자에 근거한 지수경기와 실재로 느끼는 감각 경기가 이처럼 다른지를 따져보자.
우선 지수경기를 살펴보면 한국은행이 작성, 발표하는 월별경기예고지표는 최악의 상태를 예고했던 80년5월의 0·4를 바닥으로 해서 계속 상승세를 나타내 지난 6월 중 지표는 안정권의 문턱인 1·0을 기록했다.
보통 3개 월 후의 경기를 예고한다고 하니까 9월께부터는 불황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실제 각종 지표의 움직임울 보면 경기가 차츰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 제조업체의 생산과 출하량이 각각 16%정도씩 늘어났고 40%이상씩 쌓이던 재고는 오히려1·3%가 줄어드는 현상까지 보였다.
특히 기업들의 투자동향을 반영하는 국산기계류의 출하량은 29·3%나 크게 늘어났고 기계류수입량도 연초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출은 동남아특수에 힙 입어 30%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해왔고 소비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결국 생산도 투자도 소비도, 모두 호조를 보이고 수출쪽은 기대이상으로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체 경기는 왜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첫 번 째 이유는 통계수자의 불가피한 허구성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40%나 올랐던 물가가 올해는 20%밖에 오르지 앉는다면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도 실제물가는 조금도 안정된 것 같지 않고 장바구니를 들고나선 주부들은 더더욱 살게 없다고 푸념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는 지난해 40% 오른 것에 또 20%가 올랐으므로 2년 동안 68%나 오르지 않았는가.
또한 증가율 계산의 함정도 지수와 실제의 괴리를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비교 시점이 특별히 나빴거나 좋았을 경우에는 웬만해도 증가율은 자동적으로 좋아지거나 나빠진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6월중 14·9%가 늘어났던 일반기계류생산은 비교시점인 지난해 6월에 33%나 줄었으므로,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78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GNP를 계산할 때도 올 하반기에 10%성장을 예상하는데 그렇게되어야 겨우 79년께 제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결국 좋아지는 추세임에는 분명하지만 지난해 경기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지수상으로는 실제보다 더 좋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통계가 지니는 허구이외도 사람들의 심리적인 면도 크게 작용한다.
경기가 실제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늘 호황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웬 만큼의 경기회복도 회복처럼 느껴지기 어려운 것이다.
호황 때 가동률이 4백%이던 기업이 그 수준으로까지 가야 회복으로 여기지,30%에서 60%로 늘어났다고 해도 여전히 불황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또한 지수상으로 재고가 준다고 해서 무턱대고 경기회복 조짐으르 해석해서도 곤란하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재경면에서는 경기는 금년1월부터 이미 호황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 된다.
재고가 쌓이지 않는 것은 장사가 찰 돼서가 아니라 오히려 불황에 대비해 재고부터 팔아치우겠다는 의도적인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지난 6월처럼 도리어 재고가 줄어든 것은 기업들이 하도 재고처분에 혼이 난 나머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실한 자신이 없는데서 비롯된 일종의 재고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한편 소비자나 가계의 입장에서 느끼는 경기에 대한 답답증은 또 다른 이유에서다.
그들이 느끼는 경기 회복이란 소득이 늘고 물가가 안정되어 쓰임새가 커질 때를 두고 말한다.
물가 때문에 앉아서 감봉처분을 감수하는 형편에서는 지수가 아무리 경기회복을 예고해 도 실감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물가에 잡히지도 않는 집 값이나 세금이 아무리 올라도 지수상의 호·불황과는 무관할 수밖에 없다.
업종별로 느끼는 기업들의 경기감각도 다르다. 그 동안 수출이 잘되면서 수출회사들은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느꼈지만 내수기업들은 여전히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고 조선·전자·섬유 측에서는 활발한 투자가 일어나고 있어도 다른 한쪽에서는 쌓이는 재고처분에 급급한 회사들도 많다.
경기국면에 대해 정부쪽은 현저히 좋아지고 있으며 금년 안에 경기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기업 측에선 아직 경기회복을 실감할 수가 없고 본격적 회복은 내년 하반기께에나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수경기는 분명히 좋아졌지만 이것은 최악의 바닥에서 벗어났다는 정도지 평상기준의 호황까진 아직 상당한 시일이 더 걸려야할 전망이다.
특히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있는 대중구매력 감퇴와 설비투자의 부진은 단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번 불황은 77,78년의 이상호황 다음이어서 불안감이 더욱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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