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개방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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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역은 상호의 문호를 개방하고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원칙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져야한다.
자유무역의 이상은 비교우위의 산업구조가 국가간에 보완작용을 하도록 각국의 시장이 문을 열어놓는데있다.
70년대이후 세계경제의 흐름이 침체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의 색채가 강화되고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지금도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에서 MFA(다자간섬유협정)의 연장 개정문제를 놓고 수출·입국의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특정품목의 수입자유화와 규제를 들러싼 당사국간의 이해가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자유무역의 이상과 현실과의 조화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럴수록 세계각국이 수입의 장벽을 점차 무너뜨려 호혜무역의 길을 닦는 노력을 해야한다.
수입규제가 상대국의 보복규제를 유발하여 그것이 다시 전반적인 무역전쟁으로 증폭한다는 것은 모든 인류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그런 뜻에서 「존·C·몬조」주한미국대사대리가 29일 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수입제한조치가 계속될 경우, 해외에서의 보복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데 대해 우리도 공감한다.
한국의 시장을 먼저 개방하고 교역상대국의 문을 두드려야만 지속적인 교역증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몬조」 대사대리의 지적은 한국의 경제정책, 내지는 수입정책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한국은 이미 자본자유화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수입자유화폭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예컨대 현재 한국의 수입자유화율은 74.7%에 이르고있다.
한국의 경제발전단계에 비추어 오히려 너무 빠른 속도로 자유화과정을 밟지않느냐 하고 우려될 정도다.
수입자유화의 확대는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후, 특히 내수상품은 품질등에서 외국상품과 대등한 경쟁력을 가질수있을 때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렇지않고 상품수입개방정책이 성급하게 진행되면 국내산업은 큰 타격을 받게된다.
따라서 상품수입개방에 앞서 기술수입개방이 선행되어 국내제품의 품질을 선진국수준으로 올려놓지않으면 안된다.
정부도 이러한 사실에 착안, 기술향상을 실현토록 정책기구까지 만들어 놓고있다.
빈약한 국내기술축적실정을 감안하여 이를 향상시키려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선택해야할 것은 국내의 자체기술개발과 병행하여 선진권의 선진기술을 과감히 도입해야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부 국가의 부차적이며 노후된 기술이 아니라 알맹이있는 기술도입이 되어야한다.
그다음에 상품시장을 개방해야, 외국상품과 국내상품의 품질개선경쟁이 시장원리에 따라 정당하게 전개된다.
일본도 대담한 기술도입을 통해 자국상품의 질을 높여가면서 점진적으로 수입을 개방하고 있다.
지금도 일본은 우리보다 10배나되는 기술수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참고로 해야한다.
정부가 국내산업의 과보호정책은 지양하겠다고 이미 밝힌바 있듯이 유치산업을 언제나 온실속에서 키운다는 것은 국민경제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술도입의 문을 완전히 터놓아 국내산업의 힘을 북돋고 그다음에 세계시장에 뛰어들도록 유도해야한다.
한국시장의 개방은 기술->상품->자본의 순서를 밟아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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