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문 안 15㎞, 차선 줄여 보행로 넓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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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기(期) 시정’에 시동을 걸었다. 박 시장은 4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4년간의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세운상가 재생 ▶도심 차도 축소 ▶서울역 고가 공원 조성 등 25개 핵심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도시공간 혁신’이다. 복지·부채 감축 등 ‘소프트웨어 혁신’을 강조했던 1기 시정과 달리 하드웨어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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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문 안 도로에서 양방향 한개 차로 씩을 줄여 인도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4대문 보행로’ 정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퇴계로·을지로 등 12개 도로 15.2km의 차로를 좁혀 보행자 공간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4차선 도로의 경우 2차선 도로로 폭이 줄어드는 대신 자전거 도로와 넓은 인도가 생겨난다. 지하철이 밀집한 4대문 안에 차량 진입을 줄여 사람 중심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보행자 공간이 완성되면 안국·삼청동부터 명동·남산까지 보행·자전거를 통한 관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 조성 예정인 서울역 녹지공원은 철로로 단절된 ‘4대문 보행로’와 시의 서쪽을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도심 중심에는 ‘세운상가 재생’ 사업으로 공중 보행로를 만든다. 박 시장은 “도시공간을 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보행 중심 도시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시도해 후대에는 달라진 도시를 물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9년에 철거될 예정이었던 세운상가도 ‘입체 보행로’로 탈바꿈시킨다. ‘북한산~세운상가~남산~용산공원~한강’을 잇는 10km의 보행 길을 완성시키는 것 역시 보행 중심 도시의 일환이다. <중앙일보 8월 13일 8면 보도>2009년 철거된 현대상가를 제외한 세운상가 7개 동의 2층 데크를 연결해 공중 보행로를 만든다. 세운상가에 문화센터와 교육기관을 입주시켜 서울시의 창조경제 거점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람중심’ 복지를 뒷받침할 하드웨어를 구축하기로 했다. 시는 기존 ‘동 주민센터’의 명칭을 ‘마을복지센터’로 바꿔 ‘찾아가는 복지’의 거점으로 만든다. 사회복지인력도 2018년까지 현재의 2배로 늘려 사회복지사 4000명, 방문간호사 900명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먹거리와 일거리 중심의 경제성장을 제시했다. 박 시장이 선정한 경제 거점은 ▶문화산업 중심 ‘신홍합 밸리’(신촌, 홍대, 합정)를 비롯해 ▶구로디지털단지(G 밸리) ▶테헤란 밸리 ▶상암DMC ▶홍릉 밸리다. 특히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안티에이징(anti-aging)산업을 육성할 홍릉밸리에 관심이 많다. 박 시장은 또 수공업의 고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1기 시절 육성한 ‘성수동 수제화 타운’에 구두쇼핑 관광객의 발길이 늘어나자 수공업 산업 지원을 2기의 주요 정책으로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박 시장 구상의 실현 가능성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도심 차로 축소 계획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현재도 교통 정체에 시달리고 있는 도심 차로를 줄이는 건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차로 축소 문제를 서울시 측과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재원 조달도 문제다. 박 시장은 이날 발표한 25개 핵심과제를 추진하는 데 8조3350원이 들 것으로 봤다. 하지만 복지·도시재생 등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 많아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세대 김정식(경제학) 교수는 “창조경제 5대 거점은 정했지만 내용을 채워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며 “시장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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