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극단은 모두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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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5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하게 될 8개 극단과 작품이 15일 연극제운영위원회(이해낭·한상철·임영웅)의 최종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올해는 작품상(상금 2백 만원)이 부활되고 개인수상자에게는 해외연수기회를 주는 등 시상대상이 크게 확대, 참가신청극만도 예년보다 10개 정도 늘어난 28개 극단으로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을 보였었다. 이번에 참가자격을 얻은 극단과 작품은 다음과 같다.
▲극단 「뿌리」=정백근 작 『밤의 묵시록』 ▲극단 「사계」=최명희 작 『길몽』 ▲극단 「실험극장」=이문열 작 『들소』 ▲극단 「에저또」=윤조병 작 『농토』 ▲극단 「자유극장」=이강백 작 『족보』 ▲극단 「등랑레퍼터리」=오태석 작 『자1122년』 ▲극단 「여인극장」=차범석 작 『학이여 사랑일레라』 ▲극단 「광장」 이재현 작 『미국에 산다』.
위원장 이해낭씨는 『선정기준은 1차적으로 창작 희곡에 두었고 또 연출자의 개성과 극단수준·연기진 등을 고려했으며 무대 위에서의 종합적인 가능성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참가신청 28개 작품은 모두 예년에 비해 수준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운영위원들의 한결같은 의견들이었다.
이 때문에 한상철씨(성심여대 교수)는 『이번 연극제가 그 어느 해보다도 알차고 다양한 제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가신청을 낸 28개 극단 중 청주「시민」극단과 수원「예술극장」, 인천「엘칸토」등 지방극단은 모두 탈락했다.
연극제 운영을 맡은 문예진흥원측은 『지금까지 참여해온 지방극단들이 공연이나 흥행면에서 모두 저조했다』면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수준이하의 지방극단을 끼워 넣는 것은 지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운영위원들도 지방극단의 수준향상을 위해서는 대한민국 연극제가 아닌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9월1일부터 10월11일까지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펼쳐질 이번 연극제에 참가하게 된 8개 작품들은 주제와 소재, 작품의 배경 면에서 모두 다양한 것이 특징.
여류극작가 정복근씨의 『밤의 묵시록』은 밤마다 정체불명의 새가 나타나 소동이 벌어진 한 아파트를 무대로 소수의 진실이 다수에 의해 묵살되는 현대사회를 상징적으로 그렸다.
극단 「사계」가 공연할 최명희 작 『길몽』은 시집 못간 노처녀가 고민 끝에 많은 남자들이 한꺼번에 자기에게 구혼하는 환상을 담은 코미디 연극.
중견극작가 이재현씨가 미국 연수 중에 구상했다는 『미국에 산다』는 어느 이민가정을 모델로 미국에서 살고있는 한국이민들의 실상을 담담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작가 이문열씨가 자신의 소설을 직접 각색한 『들소』는 인간사회에 권력구조가 생성하게 된 과정을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사람의 아들』에서 함께 작업한 윤호진씨가 연출한다.
윤조병씨의 『농토』는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서술된 머슴 3대의 이야기이며 극단 「자유」의 이강백 작 『족보』는 현대사회에서 차츰 사라져가고 있는 도덕적 책임과 죄의식은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고려왕실에 세 딸을 바치고 세도를 잡은 이자겸을 소제로 한 오태석씨의 『자1122년』은 김기주씨가 연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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