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번진 그림 값 시비|하가와 화상…그 미묘한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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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동양화단의 원로와 젊은 화상(화상)이 그림가격과 작품반환문제로 시비, 판가름을 법에 호소하고 있다.
새우 그림의 대가 청강 김영기 화백(70)은 최근 평소 거래가 있던 화상 문영부씨(39·서울 태평로 2가「프라자」화랑대표)를 걸어 1호당 10만원씩에 팔아 달라고 맡긴 그림을 절반 값도 안되는 3만∼5만원에 임의로 판매한 뒤 돈도 주지 앓을 뿐 아니라 그림 11점(전시가 1천 5백 50만원)을 반환하지도 앓는다는 등 이유로 업무상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번 사건은 화가와 화상사이의 첫 소송이라는 점과「악어와 악어새」같던 양쪽의 관계가 일반인들에게 알러지게 됐다는 점에서 화단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화상 경력 10년의 문씨는 지난해 10월 김 화백을 찾아가『현재 호당 10만 원하는 그림을 15만원까지 가격을 올려주고 전시회 등을 통해 인기를 높여주겠다』면서 7O노인을 .상대로 20년간의 그림공급 단독계약을 맺었다.
계약조건은 화가 7, 화상 3의 관례를 깨고 5대 5로 그림 판매 대금을 서로 나누는, 문씨에게 유리한 조건.
계약에 따라 문씨는 지난해 11월 김 화백으로부터 50호 짜리『장수다자도』(전시가 5백만원)등 동양화 27점과 도자기 26점등 모두 53점을 맡았다.
소송의 발단은 문씨가 김 화백의『새우』(전시가 1백만원)를 지난 2월 K모 사장에게 35만원에 파는 등 그림 13점(전시가 1천 2백 20만원)을「지나치게 싼 가격」(김 화백 주장) 인 모두 6백 45만원에 처분하고도 화가 몫의 돈을 지불하지 않았고, 5호 짜리『금강』(전시가 50만원)을 문씨의 친구에게 선물, 『풀꽃과 개구리』(전시가 1백 50만원)「『윈앙』(전시가 1백50만원)등 2점을 채무판제조로 K모씨·이모사장 등에게 임의로 처분한 때문이라는 것이 김 화백의 주장.
문씨는『그림가격 호당 10만원은 화가자신의 값 올리기 작전일 뿐 실제 화랑가에서 김 화백의 그림은 호당 3만원에도 잘 팔리지 않는다』며 김 화백의 주장을 일축했다.
문씨는 또『호당 15만원 운운』은 화가의 인기를 높여준 뒤의 일이며 그림 판매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은 모두 외상 판매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강은 이조말 대나무 그림의 대가인 해강 김규진 화백의 장남으로 개인전 15회에 선전에만 9회 입상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동양화 이론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화백과 화상 문씨의 싸움은 전시회 때마다 화가와 화상이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워온 화단의 시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만큼 이번 소송사건의 결말이 화단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는 이유로 화단에서는 크게 관심을 높이고 있다.
P화랑 주인 이 모씨(42)는『김 화백과 문씨의 분쟁은 한국화단에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치유되어야할 분쟁요인들이 포함돼 있다』며『70년대 이후 갑자기 붐을 탄 그림 값으로 그림투기 등 그 동안 제기돼온 많은 사회문제들이 이번에 한꺼번에 해소되는 계기가 됐으면…』하고 조심스럽게 희망했다.

<진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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