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딸의 「질식 살해」는 인명 경시풍조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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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술적 차원의 신앙을 가진 채 여인이 범한 세 딸의 「질식 살해」 사건 <중앙일보 6월29일·일부 지방 30일자 11면 보도> 은 경악과 충격을 주었다. 이들이 한결같이 고등교육을 받은 지성인들이고 종교·신앙인 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를 주는 사건이었다.
본인은 이런 사건을 몇 가지 측면에서 고찰해 보고자한다.
첫째,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인명 경시의 풍조다. 60년대 중반부터 경제개발 우선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물질·황금가치가 최우선 시 되는 사조는 필연적으로 정신·인간가치를 뒷전에 서게 하고, 이에 따라 종교까지도 본연의 역할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사회의 병리 현상이다. 사회가 건전할수록 신뢰와 질서의식의 토대 위에 구축된 도덕성이 존중되고, 이에 따라 원심과 구심작용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의 일각에서는 불신과 무질서·비합리가 통하고, 전혀 비본질적인 것들이 본질인양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주술적 신앙 현상이다. 신앙이란 궁극자와 나와의 정신적 의존관계다. 신앙은 인간의 이해 충족이나 기원하고 현실적 소원 성취에만 급급하는 주술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종교 신앙 현상 가운데는 다분히 주술적 신앙이 점증하고 있는 경향이다.
더욱이 성직을 택하는 교역자들 중에는 신념·학력·가치관이 결여된 현실 도피적인 무자격 교역자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신앙의 도덕성을 무시한 채 민중의 현실이익에 영합하는 주술적 신앙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만 믿으면" "부처만 믿으면" 현세에서 모든 소원이 성취되는 양 외쳐대고 있다.
이들이 발붙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경전 (원광대 원불교학과·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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