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법원판사 탄생...미 조야 찬반 갈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레이건」 대통령은 「남성전용클럽」으로 불려온 미대법원의 새 판사로 여성인 「샌드라· 오코너」여사(51)를 임명함으로써 미국 조야를 온통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789년 초대 대통령「조지·워싱턴」이 5명의 대법원판사를 임명한 이래 지금까지 1백3명의 대법원 관사가 탄생했지만 여성이 임명 된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선거전이 한참 가열되던 지난해 「레이건」후보는 여성· 흑인단체들로부터 『지나친 백인 남성 우월주의 자』라는 헛된 정치적 공세를 받고 나서『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첫 대법원판사의 공석에 여성을 임명하겠다』고 공약했던 것이다.
이번 조치를 여성단체와 진보파들은 쌍수로 환영한 반면 「모렬· 머조리티」를 포함한 일부 보수세력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대자들은 「오코녀」 판사가 그동안 인공유산과 ERA(남녀평등헌법 개정안)를 지지해 왔음을 지적하면서 상원의 인준을 막기 위해 맹렬한 로비활동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보수파 안에서도「꼴드워더」상원의원 같은 사람은 「레이건」의 임명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보수 진영은 행동통일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금년 51세의「오코너」관사는 스탠퍼드 법대를 3등으로 졸업하고 애리조나주 상원의 공화당 원내총무를 역임한 맹렬 여성.
「닉슨」의 지역선거 사무장도 지낸「오코너」는 백악관으로부터 「보수성」에 관한 1차 테스트에 일찌감치 합격했다.
그녀는 학교에서의 인종분리를 막기 위한 강제통학이나 무기 통제에도 반대입장을 보여왔고 정치에서 손을 때고 판사로 재직할 때는 근엄하고 열성적인 태도로 일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 상원의 인준과점에서 큰 논란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인준자체는 무난할 것 같다. 「레이건」은 이번 임명으로 그동안 소원했던 진보파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효과도 거두었음이 틀림없다. 여권운동가「글로리어· 스타이님」의 말대로 『가장 남녀 비평등주의자인 「례이건」에 의해 첫 여성 대법원 판사가 나온 것은 아이러니』다. 역시 정치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가 보다.【워싱턴=김건진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