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소외론 與 달래고, 野 키우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가 21일 "호남소외론의 실체를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고위 당직자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다.

민심 탐방을 위해 지난 주말 광주.전남지역을 방문했던 鄭대표는 "일부 정부 부처의 인사와 호남 민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불일치,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느끼는 서운함은 민주당이 전국 정당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앞으로 당은 정부 인사.정책에서 갈등 요인을 없애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호남은 5.18운동을 비롯해 민주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곳"이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개혁의 원동력은 호남"이라고 강조했다.

鄭대표의 발언은 그동안 실체를 놓고 신.구주류가 공방을 벌여온 호남소외론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일부 정치인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지역감정을 이용하고 있다"는 신주류 핵심 인사들의 인식과도 거리가 있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선 鄭대표의 이날 발언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선 호남소외론 등으로 불만이 쌓여 있는 호남 민심을 달래 이 지역 출신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선거용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 양천을, 고양 덕양갑, 의정부 등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세 군데 모두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고양 덕양갑은 개혁당)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상황에서 투표율이 낮아질 것을 우려,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표심의 결집을 노린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한나라당은 22일로 예정된 노무현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도 선거 이후로 연기하라고 요구하면서 틈새 벌리기에 나섰다.

박종희 대변인은 "병문안은 환자가 찾아가는 게 아니다"면서 "환자가 병문안 찾아오는 것은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은 "전직 대통령이자 원로 지도자에 대한 병문안인데 자꾸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인간적인 만남"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두 분의 만남이 어떻게 재.보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비뚤어진 시각을 교정하라"고 역공했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