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이고 맹목적인 쇼프로 정비돼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방송은 걸핏하면 만족문화를 앞세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하다못해 국악프로 하나 제대로 편성 못한 것이 또한 현실이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고 거기다 으례 쇼프로다 하면 외국가요에다 외국 춤에다 외국 풍의 분위기만을 만들어 낸다고 그것도 외국사람의 귀에는 웃기지도 않는 발음에 발성에 고래고래 악들을 쓰고 어설픈 곡조를 팝송이라고 부른다.
툭하면 디스크 파티에 마치 술집을 옮겨 놓은 것처럼 쇼를 내보낸다.
MBC토V의『쇼2000』이 출발 때부터 지금까지 안방에 던진 전형적인 수법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쇼프로의 활성화가 나쁠게 없다.
쇼는 쇼다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게 쇼다운 것인가?
굳이 지난 20일 소위「티스코」의 밤을 예들지 않아도 된다.
잘못된 쇼의 활성화만 알았지 쇼가 즐겁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건 뒷전인 쇼프로는 정비되어야겠다.
신체부위의 노출도 그렇다.
벗기는 데만 신경을 썼을 뿐 그것이 선정적, 맹목적 혐오감으로 일관될 수는 없다. 감각적인 쇼프로가 부 특정 다수가 함께 보는 초저녁시간에 편성돼 있다는 것부터가 방송기본자세 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다.
어느새 낡은 표현이 되었지만 방송의 공영화를 내세워 통폐합을 실시한 이후의 변화가 이런 것이라면 방송의 윤리감이나 기본양식의 문제는 새롭게 검토돼야겠다.
찰나적인 영합과 무분별한 선풍주의야 말로 비단 쇼프로뿐만 아니라 익사장면을 몇번씩 되풀이하는 KBS 제1TV의『뉴스 파노라마』같은 와이드 보도프로의 광분하는 경쟁의식도 재고되어야할 단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UFO라는 게 있다.「미확인 비행물체」라고만 알고 있는 이것의 정체와 교육방송으로 등장한 UHF가 어쩌면 그리도 닮았을까 하는 점이다. 교육방송이 있는지 없는지, 교육방송을 하고있는지 안 하는지, 한다면 몇 사람을 위해서 효과를 거둔다고 생각하는지 흔적조차 없어 꼭 UFO같다는 얘기다.
TV룰 통한 교육프로의 송출은 철저한 시청각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교실강의와 다름없는 흑판교육을 주입식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교육방송이다. 교육방송이란 존재자체에만 의의를 가질 뿐 과학적인 제작이 되지 않는 교과내용을 과외 공부시키듯이 계속한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준비도 없이, 전문화에 대한인지 없이 교육방송을 시작한 것부터가 다분히 형식적인 것이었는데, 지금 와서 간단한 생물강시조차 필름화 하지 못하는 TV교육방송은 재산낭비에 가깝다. 신상일<방송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