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트레스 해소법|큰 경기 몰려 초긴장 역시 이겨야 후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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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솔직히 말해서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은 경기장에서 달리고 부딪칠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 그 때는 승패에도 울고 웃고 하게되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 멋지게 뛰었느냐 아니냐가 더 기분을 좌우한다.
그러나 사령탑은 문제가 다르다. 최선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국 이겨야만 하는 부담이 따른다. 중간의 과점은 별로 중요한 것이 못된다. 결과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
특히 요즘의 대통령배 대회라든지, 올림픽 예선, 월드컵 예선 등은 코치스태프에게 초긴장을 요구한다.
새벽 3시. 4시에 갑자기 눈이 떠지면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난다. 공격진과 수비진의 대형을 머리 속에서 변형시키다 보면 어느덧 아침이 된다. 또 그때그때 메모를 하다보면 스트레스뿐 아니라 당연히 수면부족까지 따른다.
요즘 나의 스트레스해소 방법은 김호곤 트레이너와 말을 많이 하는 것이다.
축구얘기뿐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얘기·농담 등을 자주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면「축구-승리」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잠은 운동장이고 어디고 간에 10∼20분씩 눈을 붙이는 것으로 보충한다 그러나 식사만은 규칙적으로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술을 별로 못하는 때문에 쉬는 시간이 생기면 전에는 바둑(아마3단)으로 긴장을 풀었지만 요즘은 책을 읽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특히 집단으로 일생을 마친 사람들의 인간심리가 그려진 책을 읽으면 나 자신 새로운 의욕이 솟아난다.
그렇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역시 경기에 이기고 난후의 시간이다. 그 날의 중요한 순간들을 놓고 떠들어대는 선수들의 천진스런 모습을 보노라면 나 자신까지가 그렇게 대견하게 여겨 질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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