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시온 글러브 장애인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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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회사는 시골 면장갑 공장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가 치러진 칠곡군 가산면 유학산 맞은 편 산비탈에 자리한 ㈜시온글러브.

전체 근로자 1백여명 중 68명이 장애인인 이 업체는 현재 건립중인 면장갑 제조공장(부지 1천평,건평 1천2백평)에 국내 최첨단 장애인 시설을 들여놓고 있다.

2층짜리 건물에 승강기가 2대나 된다. 공장과 사무실·휴게실 등의 10여개 문은 감지기와 원터치 방식으로 작동되는 자동문이다. 장애인 40여명이 생활하게 될 2층 기숙사엔 샤워실과 사우나실·휴게실까지 갖춰졌다.

1층 공장 역시 장애인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기계 사이의 작업공간이 넓게 마련됐고, 열풍기·냉풍기도 설치중이다. 공장 내부가 너무 덥거나 추우면 장애인이 일할 의욕을 잃게 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건설 비용(17억원)은 보통의 2배나 들었다.

김원환(37)사장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배려한다는 생각에서 새 공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김사장의 장애인과의 인연은 1992년 공장을 설립할 때 시작됐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추천한 장애인 셋을 별 생각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일반인이 하루 3천개씩 생산하는 일을 장애인들은 1백개 정도밖에 해내지 못했다. 툭하면 결근했고 출근해도 빈둥거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김사장은 그들을 해고하지 않았다. 교육용 기계를 들여놓고 아픈 동생 돌보듯 그들에게 애정을 쏟았다. “6개월쯤 지나니까 능률이 오르더군요. 얼굴에 생기도 돌았고요.”

이 회사는 생산량의 80%를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 목표는 1백억원. 92년부터 이 회사에서 일한 장원우(28·정신지체 3급)씨는 “집에 있을 때보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푸근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6월쯤 장애인 40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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