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로 잃은 공직」7년 집념으로 되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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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잃었던 자리를 7년만에 되찾은 집념의 공무원.
투서 한장에 19년 동안 몸담았던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전 충남부지사 이해권씨(51·서울압구정동 한양아파트31동701호)는 24일 내무부지방행정연수원 연수기획관으로 복직발령을 받고 사필귀정(사필귀정)을 되뇌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씨가 직위해제 된 때는 74년8월. 사생활에 관련된 무고한 투서 때문에 제대로 해명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충남부지사 자리에서 밀려났으며 6개월이 지난 75년2월 당연 퇴직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씨는 직위해제 되자 곧 총무처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내 자신의 무고를 밝히려 했으나 관계관은 제대로 진술을 들으려하지도 않았다.
두달 동안 끈질긴 진정과 항변도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씨는 소청기각에 실망하지 않고 같은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 본격적인 법정투쟁에 나섰다.
4년 동안의 투쟁 끝에 78년3월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의 확정판결 후 1년 반이 지나 내무부근무 발령을 받았으나 당연히 주어야할 보직발령을 내주지 않아 다시 2년 동안 불운을 되씹으며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했다.
『선량한 공무원들의 신분보장이 법원의 판결이 난 뒤에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소신껏 일하겠습니까.』
전체직업공무원들의 신분보장을 위한 속죄양의 각오로 버텼다는 이씨는 법이 무책임하게 운용되고 개인간의 감점으로 무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고대법대 재학중인 55년 행정고시에 합격, 공무원으로 입신하려했다는 이씨는 고시동기 3명이 장관을 지냈고 현직차관도 1명이 있어 7년 세월을 허송한 것만 같지만『불명예제대의 낙인이 뒤늦게 나마 벗겨지고 직업공무원의 신분이 법에 따라 보장된 것도 같아 후회스럽지 만은 않다』고 했다.
쉬는 동안 고향 선산에 나무를 심어 독립가의 뜻을 펴기도 했다는 이씨는 다시 주어진 공직의 기회를 인생을 다시 사는 각오로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전채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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