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공의「동맹 아닌 동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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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헤이그」미국 무장관의 중공방문은 미·중공사이에 또 하나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의 「변화」는 10년전 무나라가 왜 그처럼 극적인 접근을 시도했는지, 그 저의를 비로소 표면화하는 것 같다.
우선 「헤이그」장관은 대중공 무기판매금지를 해제할 것이며 여기에는 공학용무기도 포함되었음을 시사했다. 미제무기구인을 위해 8월중에 중공군사사절단이 미국을 방문하며 미·중공합동군사위원회의 설치, 군사협력협정의 체결까지도 암시됐다.
「헤이그」장관은 이어 미국은 중공을「동맹관계를 맺지 않으면서도 많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우방」으로 대우할 것이며 소련의 팽창주의를 막기 위해 정책을 상호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레이건」의 친대만정책으로 경화될 듯이 보였던 두 나라 관계가 이처럼 급속도로 「준동맹」의 경지까지 치닫게 된 것은 소련을 견제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그 동안 소련군사력의 급팽창은 미국으로선 방관하기 어려운 위협이었으며「스트통·아메리카」로 상징되는「레이건」에겐 더욱 그렇다.
결국 미국은 일본측에 해·공군력의 증강용 종용하는 한편 이른바 비장의「차이나·카드」릍 적절히 활용한 것 같다. 작년9월 중공 군수산업을 시찰한「폐리」미국방차관은 중공의 군사기술이 미·소보다 10년이상 낙후돼 있다고 지적했었다. 아울러 중공당국의 군현대화에 대한 열의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이점이 중공에 무기를 대주어 소련의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이해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키신저」도 미국은 세계의 세력균형을 위해「차이나·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며 북경이나 모스크바가 『자기들끼리 다투기 때문에』 이 카드가 유용하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관점에선 중공이 정밀무기를 갖추는 것은 소련으로 하여금 오히려 냉전적 사고로 기울게 만들 수도 있다. 뉴욕타임즈지도 이점을 우려해 중공에 저성능 군사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안 당할지 몰라도 그 이상 비약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소련을 자극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중공이 어떤 무기를 원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미「카터」행정부때 고성능컴퓨터와 통신위성 제조기술의 공여를 약속 받은바 있었다. 중공은 이번엔 F-16전투기와 대전차「토·미사일」을 요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무기구입 대금은 미국은행으로부터 20억달러의 차관으로 충당할 계획같다.
무기구입은 종류별로 미국정부나 의회의 승인을 얻게 돼있는 만큼 중공의 군사력강화는 일단 미국의 수중에서 좌우될 형편이다.
중공이 군사기술의 미국례고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은 소련의 점증하는 군사위협과 자력국방의 한계를 느낀 것에 있다.
그러나 바로 지금의 타이밍이 주목된다. 소련과의 데탕트 무드를 계속 유지하려던「카터」행정부와는 달리「레이건」행정부는 처음부터 협의외교를 주장했다. 중공으로서는 대소 강경논자가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된「호기」를 놓칠 수 없다고 이단했을것이다.
이미 작년말 등소평은 미국기자와의 회견에서 소련의 팽창위협을 대화로써 경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판이라고 「레이건」행정부에 쐐기를 박았었다.
「헤이그」의 중공방문이 곧 대소전로의 성공일지 몰라도 우리입장에서 보면 아직 그것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중공을 「친구의 친구」로 생각하는 우리에게 그들은 아직 어떤 정치적신호도 공식으로 보내온 적이 없다. 중공은 더구나 남북한관계에서 아직도 북괴를 적극 두둔하는 입장에 있다.
중공의 무력강화가 미국의 국철에 일치한다고 우리의 그것과도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주변정세의 변화에 보다 깊은 사려가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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