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두뇌의 산실」엔 밤이 없다-과기원 학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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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밤이 없는 한국 두뇌의 산실. 과학 한국의 내일을 이끌어 갈 젊은 두뇌들의 열기가 밤을 밝힌다. 서울 청량리동 고황산 기슭에 자리잡은 과학 기술 교육의 요람 한국과학기술원 (원장 이주천 박사) 학사부. 개미집처럼 얽힌 1백여개의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젊은 과학도들이 실습에 여념이 없다. 10년 전 71년2월 설립, 73년3월 첫 입학생 1백6명을 모집했던 과학원은 올해 과학 기술 연구소와 통합,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과학도 연구 기관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재학생은 석사 과정 7백67명, 박사 과정 2백명 등 11개학과에 9백67명. 일반 기업체에서 학비를 대주며 수학시키는 「산학제」 학생 2백28명을 제외한 7백39명이 국비 장학생이다.
이들의 학자금은 1학기에 석사 과정 학생 1명 당 1백5만원 정도.
매달 5만5천원의 용돈도 받고 현역 군복무가 면제되는 특전도 있다.
이 때문에 서울대 등 명문대학을 졸업한 수재들이 치열한 입시 경쟁을 벌인다. 올해 입시경쟁률은 6대 1.
이 경쟁률보다는 수험생의 두뇌가 대부분 수재급이어서 합격에 요행을 바랄수 없다.
때문에 과학기술원은 입시를 위해 단기적인 공부가 입학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고한다는 내용을 입학 안내 책자에 명시하고 있다. 이곳에 입학하면 의무적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한다.
기숙사 생활이라지만 일반 대학처럼 규제가 심하지 않다.
연구실이 24시간 문을 열어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보내기 때문에 기숙사는 잠간 들러 눈을 붙이는 곳이다.
주어진 연구 과제를 끝낸 학생이면 술 마시러 나가는 일도, 외박을 해도 탓하는 사람이 없다.
자유로운 생활이지만 재학생의 아르바이트 활동은 철저히 금지된다 각 학생들의 수준이 높고 연구 시설을 폭넓게 활용, 외부 기관의 연구 과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 수업 시간은 일반 대학원처럼 1주일에 9∼15시간 정도. 그러나 실험 실습·연구 과제 해결 등으로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
한 건의 연구 과제를 끝내기 위해선 1주일 정도 밤샘하기 일쑤다.
전기전자공학과 2년 김낙명군 (25)은 『연구 과제를 받아 며칠 밤을 세운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그 기쁨이야 말할 수 없지만 결과가 나빠도 결코 낙담하지 않는다』며 낙후된 과학기술 개발에 선구자가 된다는 각오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의무적으로 3년 동안 지정된 기관에서 근무를 해야한다.
지난해까지 배출된 두뇌는 석사 1천4백11명과 박사 47명 이들 중 연구 기관에 4백56명, 산업체에 4백57명, 교육 기관에 2백87명 등이 취업하고 있다. <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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