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월 정기국회도 공전시킬 건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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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호 02면

내일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하지만 늦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꽁꽁 얼어붙은 정국 때문에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일 정기국회 개회식 소집 공고를 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개회식엔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 의사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이러다가 정기국회마저 그저 공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파행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7월에 이어 8월 임시국회도 단 한 건의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끝났다. 특히 ‘방탄국회’라는 비판 속에 새정치연합의 요구로 지난 22일 소집됐던 열흘짜리 8월 국회는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했다. 25일부터 별도로 진행하겠다던 국정감사는 흐지부지됐고, 2013년 회계연도 결산안도 이달 말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증인 채택 논란만 거듭하던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역시 청문회조차 열지 못하고 종료됐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130여 건의 민생법안을 외면한 채 세월호특별법 공방 속에 그냥 시간만 보내고 만 것이다. 지난 5월 8일 나란히 취임한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고작 한 일이 넉 달 가까이 ‘입법 제로’의 빈손 국회를 방치한 것뿐이냐”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정기국회마저 파행으로 이어질 경우 ‘불능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와 유가족의 대타협이 시급하다. 정국 최대 현안인 세월호 문제가 풀려야 원만한 국회 운영도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하고 새누리당 지도부와 유가족 대표가 마주 앉으면서 타결의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다. 어렵사리 조성된 협상의 불씨를 제대로 살려내 국회 정상화라는 열매를 맺는 것은 여야 정치권의 몫이자 책무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모두 한 발짝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담화문 정권’과 ‘운동권 야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각자 제 갈 길만 가고 있는 정치인들은 이제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 여당과 청와대부터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 정국 정상화의 제1 책임은 누가 뭐래도 집권여당에 있다. 각종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에 누가 박수를 보낼 수 있겠는가.

 야당도 이젠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여야 합의를 두 번이나 파기하며 장외투쟁에만 몰두하는 건 누가 봐도 제대로 된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국회에서의 정책 경쟁은 소홀히 하면서 어느 세월에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말인가. 기초생활보장법 등 사회적 약자 보호 법안과 안전 관련 법안은 세월호법 못지않게 중요하다. 민생경제 회복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요구를 여야 모두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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