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린 철도 종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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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산열차사고를 겪고도 철도종사원들의 느슨한 근무자세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 55명의 사망자를 낸 경산참사 1주일만에 또다시 일어난 가수원역 충돌사고도 그 원인이 역무원들의 근무수칙 불이행으로 밝혀져 불과 1주일 전에 겪은 대 참사의 교훈이 실무현장에서 살려지지 않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 같은「철도 종사원들의 잘못」으로 인한 철도사고는 전체사고의 5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21일 철도청조사에 따르면 지난 75∼80년까지의 열차사고(건널목 사고 제외)는 모두 1백60건.
이 가운데 ▲시실·장비불량으로 인한 사고가 36.7% ▲기타가 7.8%인데 비해 종사원들의 잘못으로 인한 사고는 55.5%에 이르고있다.
종사원들에 의한 사고는 ▲운전 부주의 ▲신호무시 ▲안전수칙무시 ▲인수·인계 불량 ▲확인 의무 불이행 등으로 이는 모두 근무자세·정신자세가 확립되면 막을 수 있는 인위적인 사고다.
이번 가수원역 열차충돌사고의 경우 가수원역 역무원 오승근(55)·임남수(42)씨 등 2명이 석탄 하역을 위해 입환작업 중인 화물열차 6량 중 맨 뒷부분 1량의 연결기 고리가 빠져 본선에 방치된 것을 모르고 그대로 입환작업을 끝낸데서 빚어졌다.
모든 열차나 화차는 운행 중 연결상태에 이상이 있을 때는 차량을 연결해주는 공기호스가 작동, 앞부분의 열차나 화차가 정지토록 돼있으나 역구내에서 입환작업 중일 때는 공기호스의 작동을 중단하고 구내원들이 연결이상 유무를 확인해주고 있다.
구내원들은 2∼3명이 1조가 되어 열차 또는 화차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배치돼 수신호로 기관사에게 연결여부를 알려주며 입환작업을 돕도록 돼있다.
그러나 구내원 오·임씨 등 2명은 화차의 마지막 칸의 연결기 고리가 풀어져 본선에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치 못하고 화물차를 그대로 출발시켜버렸다.
더구나 이들은 입환작업 뒤 18분만에 광주발 서울행 제34새마을호가 이역을 통과하게 돼있는데도 마지막 선로점검조차 안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철도청 집계에 따르면 철도운행에 종사하는 기관사·기관조사·역무원은 모두 2만8천4백49명.
이들은 교통공무원교육원과 지방철도청에서 실시하는 연 2주의 정규교육과 각 역·기관차사무소별로 수시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교육방법이 정례적이고 알맹이가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교육시간이 근무시간에서 제외돼 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교육해당자들은 교육 때가 되면 시간 채우기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역무원들의 사기저하도 사고원인 중의 하나.
역무원들은 기관사들과 마찬가지로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구분, 연공가봉제를 적용 받고 있으나 역무원들의 최고 등급이 8등급에서 그쳐 기관사들에 비해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기관사·역무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의 강화가 필요하지만 철도운행상 기관사에 못지 않게 중요한 임무를 가진 역무원들도 최고호봉을 1호봉까지 높여 사기를 향상시켜나감으로써 근무의욕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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