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의 현 주소|다양한 종교…전시장 방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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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물질문명의 풍요를 구가하고 있는 현대에서의 가장 절실한 문제는 「인간상실」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이 인간상실을 회복하기 위한 종교에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종교가 사회제도의 한 부분으로서 존재하는 목적이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구원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종교학자들은 흔히 「한국은 종교백화점」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 같은 표현은 한국의 각 종교 교세가 세계적인 경탄을 불러일으킬 만큼 매년 급신장하고 있다는 점과 수용된 종교의 가지 수가 아주 다양하다는 데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이말 속에는 종파나 교파의 난립 상을 보이고 있는 불교와 개신교 등의 「분파작용」을 꼬집은 의미도 없지는 않다.
현재 한국의 종교인구는 정부당국의 통계나 각종교가 주장하는 교세를 액면대로 받아들인다면 전 인구의 70%인 2천7백만 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어느 자유보다도 만끽(?)하는 가운데 수용돼온 종교의 종류는 문공부의 등록을 마친 공인된 것으로부터 각종 신생종교에 이르기까지 1백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종교들의 교세현황과 한국사회에서의 그 기능 및 역기능, 교역자들의 생활상, 당면한 문제점들을 알아본다.

<불교>
교세는 1천2백만 신도로 단연 압도적이다. 사찰은 미등록 사암을 포함해 7천개, 승려 수는 2만2천 명인 것으로 집계돼있다(문공부 「종교법인체 일각」).
비구와 대처로 크게 양분되는 불교종파는 현재 당국에 18개 종단이 등록돼 있고 기타 불교종파의 성격을 띤 일붕단종회(대표 서경보 스님)등을 합하면 30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등록종단 중 비구종단은 조계종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거의가 대처다.
흔히 비구·대처승의 구분을 결혼여부의 기준에서만 판별하는 것은 상식의 오류다. 이 구분은 득도은사나 수도문중의 계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표적 대처종단인 태고종에도 결혼을 않고 청정비구로 일생을 지키는 승려들이 얼마든지 있다.
불교의 남녀 신도수 비율은 1대5 정도로 단연 여자 신도가 우세하다. 조계종의 경우 전체 신도 4백30만 중 남자는 76만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3백55만명이 여자신도로 구성돼 있다.
대처종단인 태고종은 이와는 달리 총 3백20만 신도 중 남자가 1백40만명을 차지하고있다.
신도구성에서 남자의 비율이 비구종단보다 대처 쪽이 훨씬 많다. 이점은 곧 불교의 양대 산맥인 비구와 대처의 교세 면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기도 하다.
한국불교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여승들만으로 구성된 보문종(탑골승방·서울 성북구 보문동3가168)이라는 세계불교 사에 처음인 비구니종단이 있다는 점이다. 보문종의 교세는 17개의 사찰에 1백9명의 비구니, 15만 명의 신도가 있다.

<카톨릭>
한국선교 2백주년(84년)을 눈앞에 둔 카톨릭의 교세는 1백31만1천2백93명(80년 말 현재 천주교 중앙협의회교세통계).
비교적 교세신장이 완만한 것으로 알려진, 천주교의 79년 한해 동안의 신자 증가율은 6%로 7만5천여 명의 신자가 늘었다.
천주교는 한국선교 2백주년까지는 2백만 신자로 교세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신부·수녀·수사 등을 합친 카톨릭의 성직자수는 4천3백여 명이고 교회는 모두 2천3백여 개.
엄격한 각 교구별 자치제인 한국 카톨릭은 교회밖의 의료·교육·자선·문화사업 등을 많이 벌인다는 점이 그 특성의 하나다.
현재 전국의 카톨릭 교육기관은 ▲유치원=1백28 ▲초등학교=12 ▲중학교=39 ▲고등학교 및 직업학교=15 ▲대학=6개 등이다. 의료자선기관으로는 ▲병원=52 ▲고아원=23 ▲양로원=14 ▲나환자수용소=17개 등이 있다.

<기독교>
선교 1백주년(84년)도 안된 기독교는 현재 6백만 신도롤 자랑하고 있고 84년까지는 신도 배가 운동을 벌여l천2백만 신도를 포용하겠다는 것이다.
교회 수는 2만여 개, 교직자(목사·전도사)가 2만2천여 명에 달하고있다.
교파의 분파작용이 심한 기독교의 교파 수는 미등록 된 것까지를 합하면 2백 개를(등록교단 61개) 훨씬 넘는다는 추산이다. 장로교·감리교·성결교로 대표되는 기독교의 교단은 장로교의 경우만도 80여 개 교파로 나누어져 있다.
양적인 면에서의 한국기독교는 16만 신자를 수용한 세계최대의 단일교회(서울 여의도 순복음중앙 교회)를 갖는 등 기록적인 발전을 거듭하고있다.

<유교 및 민족 종교>
유교의 현 교세는 4백90만 신도에 1만여 명의 교직자와 2백30여 개의 교당(향교)을 갖고있다.
대표적인 민족종교인 천도교의 교세는 80년도에 3천여 명의 교직자, 2백40개 교당-. 이밖에 최근 민족종교를 자처하면서 크게 부상되고 있는 것으로 증산교·한얼교 등이 있다.

<신흥종교>
가장 건실한 신흥종교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종교는 원불교-.
흔히 불교의 한 종파로 보는 경향이 많지만 원불교는 엄격히 구분해 한국의 소태산 대종사라는 박중빈 교조에 의해 새롭게 창시된 종교다.
교리내용은 불교적인 측면이 많으나 신앙의식 등에는 기독교와 비슷한 점이 많다.
국내외적으로 큰 이목을 모아온 통일교는 한동안 침체됐던 국내활동을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전개할 계획-. 국제규모의 학술회의, 대규모 교회본부건물건립(서울여의도), 국제수준의 종합대학설립 등을 추진중이다.
통일교의 현 국내 교세는 ▲신도 수=40만 ▲교역자=1천3백명, 교회=9백70개.
통일교의 교세나 부설사업기반은 국내보다는 오히려 미국·「유럽」등의 해외 쪽이 더 크다.

<한국종교의 진로>
한국종교는 본래의 사명을 다함은 물론 우선 종교인들이 민중 속에 깊이 파고들어 대중을종교의 문안으로 들어오도록 노력해야한다. 종교의 귀족화와 상업화가 계속 방임된 채 민중과 더욱 더 유리돼 간다면 자멸을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교회나 법당은 개인의 구원보다는 사회구원을 강조하면서 대형화하고 극단화하는 사회의 구조 악에 대처하는데 앞장 서야한다. 이밖에 타종교를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종교적 무정부주의의 극복과 인간교육의 부활에도 앞장서야한다. 【이은윤 기자】

<성직자 보수>기독교-최고 백50만원|불교·카톨릭-생활급 보장
성직자들의 보수나 생활대책은 종교별로 다르다. 기독교 목사의 경우 최고 1백50만원(서울Y교회)에서 최저5만원(농어촌 개척교회)까지의 정기적인 월급과 년 5백%내외의 보너스를 받고있지만 불교·천주교 등은 일정한 월급이 없다.
이밖에 통일교의 큰 교회 담임목사가 1백만원, 교단 행정직 근무교역자(과장급)가 30만원정도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의 교역자 월급은 대체로 개교회별로 지급되고 있는데 순복음교회의 경우 ▲당회장목사-50만원 ▲부목사·전도사-30만원이다.
불교의 승려들은 전혀 일정한 월급이 없고 사암주지들의 재량대로 불전과 사찰재산임대료 등을 가지고 생활한다. 최근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공식적인 수입으로 연7억원의 관람료가 들어오는 불국사의 경우 50%이상이 스님들의 출장비 등 명목으로 지출됐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사암주지를 둘러싼 치열한 각축과 사찰의 문중화, 사유화 경향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은 승려들의 급여제도 같은 것이 확립이 없는 전근대적 재정제도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천주교의 신부나 수녀들은 교구별로 의식주를 해결 받고 출장이나 기타의 활동비 등을 필요한 경우 교구청에서 받아쓴다.
매달 신부가 생활비로 교회서 받는 돈은 25만원선. 카톨릭교회의 헌금은 주로 교회 사업이나 자선활동 등에 많이 쓰인다.
성직자들의 생활상은 카톨릭의 신부 및 수녀, 개척교회목사, 일부 승려들이 대체로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일부 교회목사나 큰절의 주지 등은 고급승용차에 상류생활을 누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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