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어린이날 행사인가…밀리고 쫓긴 피곤한 하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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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린이날 행사는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게 해주세요』-. 59회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 시·도에서는 기념식과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갖가지 축제가 벌어졌으나 대부분의 행사가 정작 이날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을 푸대접하는 등 행사의 뒷전으로 밀려나 곳곳에서 어린이들의 합의가 잇따랐다.
서울의 어린이 대공원과 창경원에만 약1백50만명의 인파가 몰렸고. 시내 거리거리에는 수만 명의 어린이들이 대 행진을 벌이는 등 이날 하루 건국이 축재분위기에 휩싸였으나 주최측의 치밀한 사전준비가 없어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발 디딜 틈도 없는 놀이터에서 먼지와 쓰레기에 이리저리 밀리는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서울운동장>
어린이 대 행진 끝의 위안공언이 베풀어진 서울 운동장야구장에서는 하오3시쯤부터 5만여명이 몰렸으나 주최측인 서울시가 입장권인 리번을 1만장만 발행하는 바람에 어린이와 보호자 2만명(수용가능인원 2만6천명)만 입장시킨 가운데 일부 좌석을 텅텅 비워둔 채 남은 어린이들을 되돌려보냈다.
주최측인 서울시 보사당국은 야구장 본부석(좌석 1천8백개 포함, 2천명 수용)에 각계 유명인사들을 초청했으나 이들이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본부석 좌석은 비워둔 채 공연을 끝내 입장하지 못한 많은 어린이들로부터 불평을 샀다.
8살과 6살 난 2명의 자녀를 데리고 공연장에 갔던 박진관씨(35·서울 흑석동 24의37)는 『본부석 등은 텅텅 비워둔 채 어린이들을 입장시키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어린이날 행사에 어른들을 초청하여 본부석에 앉히겠다는 주최측의 발상부터가 뭔가 잘못된 것 같다』 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기념식과 위안공연이 열린 세종문화회관은 3천7백여명의 어린이와 부모 등 4천2백여명이 참석했으나 1층 좌석은 수상 어린이와 착한 어린이로 뽑힌 어린이 외에 학부모 등이 차지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2, 3층 어린이 2백여명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1층 객석으로 내려왔으나 어른들이 모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좌석 옆 통로나 뒷줄에 서서 관람했다.
윤석우군(13·S국교6년)은 『1층 좋은 자리는 어른들이 차지하고 어린이들은 2, 3층에 배치해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불평했다.

<어린이대공원>
넓이17만평의 공원에 약1백20만명이 입장, 평당7명이 밀려다니는 바람에 7백22명이 부모의 손을 잃는 혼란을 빚었다(6일 상오 현재7명 보호 중).
이 북새통속에 보트 장에서는 2중으로 승선표를 팔아 모처럼의 나들이 기분을 깨는 등 소동을 빚었고 하오2시쯤에는 인파에 떼밀려 다니던 김대원군(13·창서 국교6년)이 구토와 현기증을 일으키며 쓰러져 인근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
또 팔각정 식당에서는 메뉴에는 4백50원 짜리 자장면이 있었으나 주문하면 『9백원 짜리 간자장 밖에 없다』며 값비싼 음식만 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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