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씨 단식 중단…"대통령 막말 논란은 경호원에게 욕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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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던 故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28일 오전부로 단식을 중단했다. 단식을 시작한 지난달 14일부터 46일째이며 병원에 입원해 수액만 맞고 식사를 거부한지 일주일만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 김씨가 입원한 서울시립동부병원 입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을 중단하고 복식을 하며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브리핑 자리에 나오진 않고 병실에 머물렀다. 유경근 대변인은 “김영오씨가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들 모두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식 중단 요구가 장외투쟁을 중단해 달란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ㆍ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등 요구사항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단식을 중단한 이유는 둘째딸 유나와 고령의 모친이 강하게 만류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날 “둘째 딸 유나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단식 그만하면 안 되냐고 좀 전까지 계속 문자를 보냈다.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께서 22일(김씨가 병원에 실려오던 날) TV 뉴스를 보고 알게 되셔서 그날부터 계속 우신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에 따르면 노모가 김씨의 단식 사실을 알고 몇 년 전 치료한 적이 있는 대장암 부위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김씨의 주치의인 이보라 내과과장은 “비행기가 비행할 때보다 착륙할 때가 위험하듯 복식을 시작하면 합병증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주치의로서 더 긴장이 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12시 27분 단식 중단 후 첫 끼니로 물에 수차례 희석시킨 미음을 먹었다. 김씨는 “몸 좀 추스르면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 대표와 새누리당 지도부 간 두 차례의 대화로 오해와 불신이 회복된 게 단식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며 “여야와 유가족간 대화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연합 박영선 국민공감대책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가 없어서 장기투쟁을 대비하는 것”이라며 “장외투쟁 중단 여부는 좀 더 숙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족대책위측은 “새누리당의 아전인수격 해석은 우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부탁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며 “당장 대화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거졌던 김영오씨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유대변인은 “마타도어와 루머가 도를 넘어섰다. 둘째 딸 유나등 가족들의 사생활과 인격은 보호해달라”며 “세월호 가족들은 성금이나 보상금을 단 한푼이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말을 했다는 논란에 대해 “경호원 4명이 못 일어나게 잡아당겨서 경호원한테 욕을 한 것”이라며 “체육관을 찾은 정치인들이 컵라면을 먹거나 인증샷 찍는 데 반감이 커져 상당히 격앙돼 있던 때였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측은 기자회견을 마치며 “오직 성역없는 진상규명만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병실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서준 기자 be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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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 동부병원 병실에서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하고 미음을 먹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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