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 우유의 급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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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월도 저물어 가면서 식중독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철은 물론 식중독이 극성하는 시기지만 봄도 결코 허술히 넘길 수 없는 시기라 하겠다. 겨울철에 방치하던 습관의 허를 노리고 이 시기에 식중독의 위험은 여름에 앞서 닥쳐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봄철 유제품은 관리상의 허점이 많아 공중보건에 특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통상 낮기온이 20도를 넘어 유제품의 급속한 변질이 예상되는데도 이를 취급하는 대리점이나 소매상 혹은 학교급식소들이 전기를 아낀답시고 냉장에 철저를 기하지 않는다든가,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실로 위험천만의 두려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언제라도 식중독에 걸려 고생시킬 각오가 없으면 저지르기 어려운 무관심이라고 하겠다.
우유나 유산균제품은 섭씨5도 이하의 냉장상태에서 보관하여야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우유나 우유제품을 요즘같은 날씨에 방치해둘 경우 30분마다 대장균 등 세균이 2배씩 늘어나 2시간이상 지나면 세균이 16배로 증식돼 인체에 매우 해롭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우유와 우유제품의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무모와 무책임이랄 밖에 없다.
더우기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유생산과 소비는 급격히 늘고 있다. 전국의 우유생산량은 지난해 12윌 3만7천t에서 지난3월엔 4만3천5백t으로 늘고 있으며 시유판매량도 작년 l월 2백99만병이던 것이 올해3월엔 5백81만병에 이르고있다.
이같은 우유소비증가는 올들어 경기가 약간 회복된 때문이라고도 하고 날씨가 풀린 때문이라고 하며 국민학교의 우유급식이 늘고 아이스크림의 유지방함유량을 늘린 때문이라고도 한다. 또 매스컴을 통한 우유소비 캠페인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것은 어떻든, 우유소비가 증가된 사실은 결코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국민의 건강과 식생활 개선이란 점에서 다행스런 경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우유소비증가에 상응한 적절한 관리체제의 개선이 뒤따라야한다는 요구는 없을 수 없겠다.
우유 소비증가에 상응하는 우유소비문화의 향상이라는 점에 우리사회가 간목해야겠다는 것이다.
우유제품은 제조과정에서부터 철저히 위생처리되어야함은 물론이겠거니와 유통과정점에서의 관리에도 새삼 철저한 배려가 있어야겠다.
우선 운반과정에서 유제품운반차량은 냉장시설을 갖춰야겠거니와 대리점이나 소매점에서 냉장이 철저히 이행되도록 감독도 강화되어야겠다.
식중독사고는 주로 유원지의 노점이나 동네 소매점에서 사먹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도 많겠으나 더 중요한 것은 학교급식 등 집단배달급식의 경우다.
서울에서만도 2백60개 국민학교가 우유급식을 하고 있는데 학교의 우유보관시설은 전무한 상태이며, 이 때문에 평온에 몇시간 방치했다가 급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 집단식중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모골이 송연함을 금할 길이 없는 일이다.
비록 우유때문은 아니라지만 이미 77년에 서울에서 학교급식용 크림빵을 먹고 8천명의 어린이들이 집단식중독되었던 사건을 지금이라고 망각해버려선 안되겠다.
학교급식을 개선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지만 그에 앞서 급식우유만이라도 우선 철저히 관리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최소한 학교마다 우유냉장시설을 마련하도록 힘쓰는 것도 성의이겠다. 이 봄철부터 우유를 공급하는 생산자측은 물론이고 교육·보건을 담당한 행정당국으로서도 적은 비용을 아껴 사고를 초래하기보다 미리 사고를 예방하며 대비하려는 열의와 지혜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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