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5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던 지금의 30대들은 누구나 미국에서 전후 구호물자로 공급되던 가루우유를 학교에서 타먹은 경험이 있다.
우유를 나눠주는 날이면 가루우유가 가득 들어있는 드럼통 앞에 줄지어서 선생들이 한 바가지씩 퍼주던 가루우유를 한줌이라도 더 받으려고 다툼을 벌였던 것은 즐거운 추억거리이기도하다.
이 가루우유를 물에 타서 구우면 돌보다 더 딱딱한「우유과자」가 되는데 당시에는 이보다 더 좋은 주전부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때까지 우유를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우유를 소화시키는 대장 균주(대장균주)가 없어 툭하면 설사를 하곤 했었다.
갓날 때부터 모유대신 분유를 먹고 자란 요즘 국민학생들은 우유를 마시고 설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우유가 흔해졌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목이 마르면 물대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시는 모습이 이젠 자연스럽게 됐다.
우유는 이제 그만큼 대중화 됐고 최근에는 우유가 남아돌아 우유회사들이 공동으로 우유 마시기 캠페인을 벌일 정도가 됐다. 78년부터는 학교급식으로 우유가 공급되기 시작, 현재 전국의 4백2개 국민학교학생 14만 명이 한 사람 당 1ℓ(90원)씩을 마시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학교에 공급 된 우유가 변질된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모두 마시기 전에 밝혀져 건강상 피해는 없었지만 집단식중독에 걸렸으면 어떡할 뻔했나를 상상해보면 모든 학부모들은 가슴 썰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77년9월에 일어났던 급식빵 집단중독사건이 악몽처럼 되살아나는 일이다.
우유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영양식품이지만 변질되기 쉬워 여름철엔 더욱 조심스럽다 .섭씨 5도 이하의 온도에선 최고 4일 동안 보관할 수 있으나 냉장하지 않으면 한나절도 못돼 상한다.
요즈음엔 카톤팩이라는 특수종이용기에 담겨 최고 60일까지 보관이 가능하다지만 학교급식우유가 카톤팩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유를 많이 마시도록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아이들이 안심하고 신선한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학교공급 우유의 안전도에 대한 제도적 감시체제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겠다. <이창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