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온돌 의문의 폭발|주공문화촌 닷새 지나도록 원인 못 가려|한밤 안방 한가운데서 "폭음"|구들 치솟고 가구도 부서져.|잠자던 딸 무사|단지 내 4백56가구 주민들 "흑시 우리 집 두"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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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온돌방구들에서 의문의 폭발사고가 일어났으나 5일이 지나도록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고직후 경찰과 시공자인 주택공사 기술진이 정밀 현장조사를 했으나 사고의 단서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해 「폭발미스터리」는 입주자들을 불안에 몰아 넣고있다. 지난 14일 하오8시30분쯤 서울 홍제3동 8의115 문화촌 주공아파트 10동304호 한윤망씨(59) 집 안방의 연탄용 온돌구들장이 「팡」하는 폭음을 내면서 폭발, 안방구들장이 가로 2·5m, 세로2m 길이의 「T」자형으로 갈라져 방바닥이 솟아오르는 등 2평 크기의 방바닥이 완전히 부서졌다.
또 폭발 때의 압력으로 2중으로 된 안방창문(가로2m, 세로l·5m의 유리창이 깨지고 덧문이 박살났으며, 안방에 있는 목재 옷장(높이2 m, 폭l·2m) 이 「인」자 형으로 솟아오른 방바닥 콘크리트에 떠받쳐 15cm쯤 공중에 떴다.
한씨의 부인 김주일씨(48)에 따르면 안방에 딸린 부엌에서 일하고 있을 때 갑자기 폭음과 함께 마침 안방에서 자고 있던 3녀 성숙양(17·평명 여 사대부고 1년)이 『엄마야』하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와 문을 열어보니 흙먼지가 방안에 가득찬채 수라장이 돼 있었다는 것.
이 사고로 인근11, 12동 등 아파트주민들이 이 폭음에 놀라 밖으로 뛰쳐나오는 등 큰 소동을 벌였다.
사고가난 아파트는 13평형 서민아파트로 주택공사가 지난 67년12월 준공, 15년 상환으로 임대분양 한 것으로 총 11동 4백56가구에 2천여명의 주민이 살고있다.
폭발사고가 난 온돌방은 두꼐 4cm가량의 콘크리트바닥 밑에 2개의 구멍이 뚫린 시멘트블록 (길이 40cm 높이20cm, 폭20cm)을 연결시켜 만든 온돌로 여기에 연탄 아궁이에서 나오는 직경 10mm의 토관이 연결돼 방을 데우도록 돼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외부에서 폭발물을 투척해 온돌 밑에서 폭발했거나 연탄에 석여 있던 폭발물이 사고를 내지 않았나 조사했으나 외부와 통하는 곳은 아궁이와 굴뚝 뿐으로 옥상의 굴뚝을 통해 넣었다면 사고가 난 방의 옆방에 떨어지게 되어있어 안방이 폭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연탄에 이물질이 섞였다면 연탄불이 타고 있을 때 폭발해야하고 폭발 지점도 아궁이 근처였어야 하는데 이 경우 아침에 연탄을 갈아넣었고 사고는 불이 거의 다 탄 밤에 아궁이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터져 그 가능성도 없다.
또 폭발물이 터졌다면 화약냄새나 파편 등이 있어야하는데 사고직후 이런 것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같은 건물의 다른 집에서 사용하는 LP가스가 스며들어 사고가 나지 않았나 했으나 가스통들은 옥상에 설치되어있고 집집마다 환풍기를 달고 있어 가스가 온돌 속에 스며들 가능성도 없다.
이밖에 공동굴뚝이나 날씨가 저기압상태에서 가스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가열가스가 쌓여있다 순간적으로 연소하며 폭발하지 않았나도 조사했으나 중앙관상대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14일 하오 8시쯤에는 서울 일원이 고기압 상태였고 가스 배출기가 정상작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의문의 사고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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