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안변한건 "물가를 잡자"|최우석 경제부장이 본 「월간경제동향보고」의 어제와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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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5일 경제기획원 3층회의실에서 열린「월간경제동향보고」를 참관했다. 10여년만이다. 월간경제동향보고는 ??장기영부총리가 요란하게 성장정책을 펼때, 그러니까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이 막시동될때 시각되어 몇차례 우여곡절은있었지만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니 우리경제의 산역사라해도 과언이아니다. 「보고」의 스타일은 그때그때 사람에따라 달랐다.
처음「동향보고」에 들어 갔을때 당시 박대통령과 여당간부 모경제관계 VIP들 앞에서 장기영부총이가 화려한 다목적적 연출과 연기를 펴던 광경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동향보고」엔 기획원기자실에서 2명씩 교대로 들어갔는데 그것이 전통처럼 되어버렸다.
「월례경제동향보고」는 한국경제의 산역사같은 것이어서 숱한 과제가 거론되고 숱한 사람이 거쳐갔다. 그때그때 문제되는 경제이슈는 으례 「동향보고」때 제기·검토·설명되었다.
또 크든 작든 경제에 영향력을 미친 사람들은「동향보고」를 거쳐갔다.
10여년만에 동향보고에 들어가보니 방이나 스타일은 큰 변화가 없는데 얼굴들은 싹 바뀌었다. 옛날과는 달리 정부와 여당간부외에 야당·경제계·노총대표도 참석했다.
그러나 10여년전 동향보고때 보면 얼굴들은 거의 없었다.
정당쪽은 완전히 바뀌었고 국무위원석엔 한동안 솜씨좋게 「보고」를 담당했던 서석준 상공장관이 앉아있을뿐이었다.
그야말로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곳없네…』를 실감케 했다. 이나라 경제를 주름잡던 그많은 사람들, 『경제라면』하고 한번쯤 거들던 사람들은 다어디갔을까.
불과10여년만에 「동향보고」의 멤버들이 세대교체된 것이다. 제기되는 문제들도 많이 달라졌다. 옛날 이맘때면 으례 쌀과 시멘트파동이 연례행사같이 일어나고 또 열띠게 논의되었다.
그러나 작년의 그토록 심한 흉작에도 불구하고 쌀값은 문제조차되지 않았다. 성수기를 맞은 시멘트도 마찬가지. 그만큼 우리경제의 폭이커졌다는 뜻일것이다.
경제의 폭으로 말하면 「단위」가 달라진것을 실감할수가 있다.
옛날엔 세계은행에서 3천만달러를 빌어오기로 했다든지 예산을 50억원쯤 삭감하기로 한 것이 「큰보고」로 등장했는데 지금은 1·4분기 무역수지적자가 11억달러밖에 안된다고 태연히 말할수 있게 됐다.
이번「경제동향보고」에서 경기가 약간 나아지고는 있으나 실비투자등이 부진하여 아직 본격적 회복국면까진 이르지 못했다고 보고되었다. 여러 경제지표를 볼때 낚시에서 「찌」가 흔들렸지만 아직 고기는 올라오지 않는 단계로 비유할수 있겠다.
전대통령의 『우리나라는 선진국 경제와 밀접히 관련되어있는데 선진국의 경기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는 형편에 우리만 서둘다간 오히려 마찰이 나기 쉽고 잘되지도 않으니 차근차근히 하라』는 학의 일성이 있었다.
여러가지가 달라졌지만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물가다. 옛날에도 인플레를 잡는다고 「동향보고」때마다 강조되었지만「연10%이내」선을 좀체로 유지 못하고 있다.
오일쇼크 때문에 오히려 10년전보다는 더 강세다.
1·4분기에 물가가 4·8%밖에 안울랐다고 자위하나 정상적인기준에서 볼땐 두려운상승률이다.
10년전엔 쌀이나 시멘트 때문에 물가가 골치더니 지금은 마늘이나 쇠고기·기름등이 문제다.
경제가 커지고 발전될수록 계속 다른 난제들이 생기는 것이다. 물가문제는 「시시푸스」의 고행같은 것이어서 끝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전대통령도 물가안정에 최우선순위를 두어 효율적인 물가정책을 펴도록 지시했다.
만약 10년후 경제동향보고에 들어갈 기회가 생긴다면 『금년 물가는 5·2%정도 오를것으로 예상되어 매우 경계가 요망됨니다. 전경제부처가 물가안정에 총력을기울여 5% 이내로 억제해볼 계획입니다』하는 말이 가장 듣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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