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안 따진 무모한 사업확장이 화근 당시의 「관주도」가 「석방의 타당성」부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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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씨에 대한 석방조치는 그가 『과거 우리 나라 중화학공업의 개척자로서 공을 세웠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구속기관인 검찰이 스스로 석방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정씨가 기업인으로서 비위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구속의 당위성」보다 이를 관용하여 다른 기업의 불안요인이 파급되는 것을 막고 국가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석방의 타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씨가 운영하던 현대양행이 부실화된 이면에는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모하게 사업을 확장한 과욕이 주원인이었지만 이는 당시 철저한 정부주도형 경제체제아래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정씨에게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소리도 있다. 즉 당시 무정견한 중공업정책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한편 검찰이 당초 정씨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것은 현대양행을 한국중공업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구조를 정밀 검사한 결과 미화1천4백13만4천여 달러를 해외지점에 유출한 것으로 기장 되어 있어 이를 외화의 해외도피로 본 때문.
그러나 조사결과 기장만 그렇게 되었을 뿐 국내에서 상품대금으로 받을 어음 83억 여원을 자신이 경영하는 현대양행에 증자한 자본금의 원리금 상환에 쓴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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