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저축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물가안정이「경제의 흐름」을 정상화하는데 절대적요건이 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기업·가계등 모든 경제구성요소의 활동은 물가안정이 전제되어야만 제대로 기능을 다할수가 있다.
격심한 인플레이션의 진행으로 가뜩이나 실질소득을 잠식당한 가계가 마이너스성장으로 명목소득마저 줄어든 80년은 그런 뜻에서 고통스러운 한해였다.
한국은행이 밝힌 80년중 가계저축율의 저하나 한계 소비성향의 상승동향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폐해를 말해준다.
한은에 따르면 80년중의 민간소비지출은 사상처음으로 1.1%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소비성향은 1.029를 기록, 가계의 저축여력이 후퇴했음을 보여주었다.
79년만해도 한계소비성향은 0.726, 즉 소득이 1이 늘어날때 소비는 0.726이 증가하여 그만큼 가계의 저축력이 추가될 수 있었던데 비해 80년은 소득증가분이상으로 소비지출이 늘어나 가계저축율을 끌어내렸다.
대만의 작년중 한계소비성향이 0.713, 일본은 (78년기준) 0.679였다는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우리의 가계운영이 매우 어려웠다는것을 나타낸다.
이에따라 당연히 가계저축율도 77년의 12.6%, 78년의 15%, 79년의 14.2%에서 80년에는9.8%로 크게 낮아지고있다.
「로스토」이론에의하면 우리경제는 제3차의 경제발전단계인 비약의 단계에 위치한다고 판별할 수 있다. 이 단계는 투자율이 증대하여 하나의 산업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생산이 신장, 정치·경제의 제도적틀이 확립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3차단계를 가늠할 투자율의 증대는 가계저축이 뒷받침해야되는 것이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못하다.
적어도 중진국에 돌입했다면 가계저축율이 20%선을 유지해야함에도 우리는 이 요구되는 선에 접근치 못하고있고 그로인해 해외저축에의 의존이 불가피할 실정이다.
이처럼 가계저축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뒤따라야할 내자동원의 극대화를 위해서도 반갑지 않은 일일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안정에 필수적인 중산층형성에도 유해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장과 안정의 조화, 다시말해서 실업율축소를 기할 경제성장의 추구와 함께 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조세삭감과 정부지출의축소, 민간주도경제의 실현으로 성장과 안정을 배합한 정책적단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렇지않고 급한대로 국민저축율을 제고하려고 강제저축수단인 조세징수의 확대를 도모한다면 자발적 저축의 증가는 점점 더 궁지에 몰리게되고 가계운영의 균형도 무너질수 밖에 없다.
재정에서부터 인플레이션 단절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함으로써 기업·가계도 이에 호응토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근원적으로는 우리의 경제실상을 정확히 판단하여 환상을 버려야할 일이다.
각부문의 경제주체가 경제실적을 과도하게 평가하고 성장에따른 과실배분을 과다하게 선정해 나감으로써 국민경제의 축적분을 소모해 나가지는 않았는가 반성해야한다.
가계에서도 실력이상의 소비성향에 빠져들었던 경향은 없었던 것인가.
연전에 저축관계기관이 조사한「국민의 화폐가치및 저축의식구조」를 보면 인플레이션의 지속이 예상될 경우, 목돈이 있다면 부동산을 사두겠다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저축으로 잡겠다는 국민의 저축의식이 강력하게 심어져야 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가계저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려면 인플레이션의 억제와 함께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또 한편으로는 가계가 인플레이션을 추방하려는 행동의 일환으로 저축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여행하는데 있다.
일찌기 전후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속에서 서독·일본의 국민이 보여준 저축의식이 우리라고해서 결핍되어야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