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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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치열했던 득표전도 24일로막을 내리고 제11대국회의원총선거는 이제 주권자의 엄숙한 선택만을 남겨두고있다.
무슨 기준으로 누구에게 투표하느냐는 오직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의 판단에 달린 일이다.
흔히 투표의 기준으로는 정당본위라든가, 인물본위라는 말이 있지만 그역시 유권자의 선택에 맡길수 밖에 없다.
쟁점이 뚜렷한 선거였다면 쟁점에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바로 표로 연결되고 그런 양상의 선거가가장바람직하다고 할수있지만 유감스럽게도이번 경우 선거대세를 좌우할만한 쟁점이있었던것 같지않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제5공화국의 첫 총선거요,새 공화국의 정계판도를 결정하는 선거라는점에서 그 의의나 중요성은 과거 어느 선거보다 더 크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슬기로운 선택은 더욱 절실하다.
금과옥조의 투표기준을 일률적으로선정할순 없겠지만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고려할 필요가 있는 몇 가지 사항은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선, 앞으로 어떤 모습의 국회, 어떤 모습의 정계판도가 바람직하냐하는 판단의 문제다.
안정된 다수여당의 존재와 그에 따른 정국의 안정을 중시할것인가, 아니면 그만그만한 의석을 가진 다당제의 국회에서「비판과 균형」의 정치가 펼쳐지기를 바랄 것인가.
이것은 그런대로 선거전의「이슈」로 부각된「안정세력」대「비판세력」간의 논쟁과도 관련된 것으로 이번선거결과로 판가름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판」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안정의 중요성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정의틀은 유지하되 비판의 안전판을 갖는 것이 가장 소망스럽다고 할수 밖에 없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우리의 정치풍토에서 비슷한 규모의 의석을 가진 다당제의 국회가 현대국가가 필요로하는 능률성을 보장할수 있을것인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야하고, 국회의장단이 나 상임위원장 같은 원내요직을 복수의 정당이 분점하는 상황에서 통일된 원의의 결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할 것인가 하는 점 따위를 고려해야한다.
반대로 과거처럼 한 정당이 개헌선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독주할 위험성도 생각해야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전연 없다.
아울러 이번 선거로 구성될 국회와 행정부와의 관계도 고려에 넣는게 좋겠다. 행정부를 비판·견제할 야당세가 우세한 국회가 되면 국회와 행정부간의 마찰· 대립의 가능성이 많고 국정의 일시적 정체현상이 일어날 우려도 예상해야 한다. 반대로 행정부를 뒷받침할 여당이 다수가 되면 행정부에 추종적인 국회가 될 우려가있다. 따라서 이 두가지 우려를 동시에배제할 수 있는 조화의 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는 인물본위든 정당본위든간에「부정」「타락」에 대해서만은이번에 본보기를 보여주자는 것이다.「저질」「타락」의 시비가 이번에도 높았던만큼 선거운동방법이 양심적이었나 아니었나를 하나의 선택기준으로 삼는 것은 큰 뜻이 있다고 본다.
훌륭한 인물이라면 돈뿌려 표를 얻으려 했거나 고약한 흑색선전으로 이득을 보려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컨대 분열· 혼란보다는 안정과 조화가 확보되고「저질」「타락」보다는 인격과 경륜이평가받는 선거가 돼야겠고 이를 위한 유권자의 현명한판단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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