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의「인플레」연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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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OPEC(석유산출국기구)는 원유가조정방식을 서방권의 경제성장률과「인플레이션」율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17일「사우디아라비아」의「리야드」에서 회동한 4개 중동산유국 석유상들은「인플레이션」연동제를 포함한 장기전략이 오는 5윌25일「제네바」에서 열릴 OPEC각료회의를 전후하여 논의, 결정토록 할 것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들 중동산유국들의 복안은, 급격한 유가인상이 세계경제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감산을 하지않는 한편 유가인상폭을 미리 예상할수 있도록 가격연동제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유가연동제는 새삼스러운 구상이 아니라 몇년전부터 온건파산유국들이 제안해왔던 것이나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되었던 것이므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실현이 될지 여부는 점치기가 어렵다.
이번에 회합한「사우디아라비아」 등 온건파들은 비교적 석유자원이 풍부하고 또 유가급등이 세계「인플레이션」을 격화시켜 그 영향이 결국 산유국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들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유가격의 손실분을 보상받으면서 서방권의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만큼의 대가를 받아내자는 주장을 펴오고 있다.
반면에 석유자원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강경파들은 원유가 있을 때 수입을 극대화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유가의 계속적인 상승을 밀고가야 한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 결과 OPEC의 유가체계는「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는 것처럼 통일가격을 형성치 못하고 자유방임현상을 빚어냈던 것이다.
그러나「이란」-「이라크」전쟁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증산, 서방석유소비국의 소비감퇴로 수급상의 문제가 야기되지 않자 작년 6월「알제」OPEC총회는 형식상 기준가격을 설정하는데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즉 OPEC 각국은『기준으로 간주하는 가격』(deemed marker pric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표준유종인「사우디아라비아」의 「아라비안·라이트」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상한선을 그의 4「달러」로 두어 산유국의 가격체계를 정리했다.
이에 따라 작년12월 인니「발리」도에서의 총회는「아라비안·라이트」를「배럴」당 32「달러」, 간주기준가격 상한을 36「달러」로 하여 현재 이 가격대 안에서 유가가 움직이고 있다.
간주기준가격은 강·온파간의 타협끝에 나온 산물이다.
그런데 온건파 산유국이「인플레이션」연동제를 다시 제의하고 있는것은 세계석유 수급사정의 완화로 가격동향이 소강상태를 유지하자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상승을 유도하자는 그들의 의사가 관철될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만 OPEC총회는 만장일치제이므로 강경파가 응하지 않을 경우「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의도대로 가격에서의 행동통일은 이루지 못하고 넘어갈 공산이 크다.
다만 「인플레이션」 연동제가 등장하는 의미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IEA (국제「에너지」기구) 의 추산에 따르면 80년중 22개회원국의 석유소비량은 하루 37억7천8백만 「배럴」로 전년보다 7백만 「배럴」이 줄었고 그에따라 수입량도 23억6천9백만 「배럴」 로 1천1백만 「배럴」 이 감소했다.
이 추세는 금년중에도 계속되어 소비량은 37억5천6백만「배럴」, 수입량은 23억2천만 「배럴」로 물량 자체가 줄어든다고 보고있다.
석유고가격으로「에너지」구성에서의 석유의존도가 낮아져서 한계「에너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유국도 일방적인 가격인상만을 되풀이하다가는 대체 「에너지」 또는 차기「에너지」의 경제성을 높여줌으로써 석유의 위치가 점차 흔들린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연동제가 석유의 한계「에너지」화를 인식한 끝에 나온 제안이라면 산유·소비국 모두에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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