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현장(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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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성북>
20여년간의 재야생활을 청산하고 민정당 깃발을 든 김정비후보, 「친여」란 얘기가 있던 민한당의 허만기 후보, 정치규제에 묶인 형 조윤형 전의원을 대신해 심판을 받겠다는 조순형후보 (무소속) , 민주사회주의 이념을 내걸고 등장한 고대교수 출신의 권두형후보 (민사) ….
단순한 「선량뽑기」가 아니라 마치 재편정계의 재판정을 방불케한다. 열기가 오름에 따라「여당에 시집간 사람」「친여인물」「기생파티로 번 돈」「족벌체제」등의 원색적인 인신공격이 합동연설에서 자주 터져나온다.
홍일점인 민정당의 김후보는 당조직과 부녀망을 기반으로 친여표와 여성표를 집중공략하는 한편 3년의 옥고까지 치르며 대정부투쟁을 해 온 자신이 민정당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야성향표에도 눈길을 보내고있다.
민한당의 허후보는 친여「이미지」개선을 위해 과거 민주당소속 도의원을 지낸 사실을 내세우며 진짜 「야당인」임을 강조.
특히 먼저 챙겨논 구신민당 조직에 대한 조순형씨의 잠식을 우려해 집단속에 열중.
고 유석 조병왕박사의 3남이자 이곳에서 6,7,8대의원을 지낸 조윤형씨의 실제인 조후보는 『정통야당의 대를 잇게 해달라』고 호소하며 골수야당세력의 규합과 동정표를 얻기에 주력하고 있다.
고대노동문제연구소장을 지낸 민주당의 권후보는 청년·지식층과 10만이 넘는 영세근로자를 주대상으로 파고들고 있는데 고대생과 4천여 고대교우의 지원을 받고있다는 주장. 경제학박사 등 자신의 학력·경력을 내세워「인물본위」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당의 윤관병후보가 요식업을 하며 쌓은 부와 지면을, 의학박사이며 변호사인 전용성씨는 노장층을 상대로 득표활동을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승자가 부각되는 다른지역과는 달리 더욱 혼미해 가는 것이 이 지역의 특징이기도 하다.

<김천>
인구가 적은 김천-금릉에서 한봉수 (민한) 박정수 (무소속) 김종섭 (무소속) 정정문 (민권)씨 등 4명이 출전하고 상주에서 정휘동(민정) 김인(무소속) 이재옥 (무소속)씨 등 3명이 나왔는데 상주세가 김천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김천세끼리 팽팽한 접전을 벌여 김천-금릉이 주전장화했다.
한·박씨 등 김천 출신들은 합동연설이나 모임에서마다 자칫하면 상주출신만 모두 당선될 판이니 어느 한쪽에 표를 몰아달라고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실정. 후보들 중 박정수씨는 구제 김천중 15회이고 한봉수·정정문·이재왕씨 등 3명은 박씨보다 7년후배가 되는 김천고6회 동기동창이어서「송설(김천고)동창회」지지를 얻으려는 동창전도 낭자하다.
김인씨의 출현으로 배후지인 것 상주를 교란당한 정휘동씨는 1만 7천여명의 당조직과 새마을 연수교육으로 맺어진 3천여명의 청연회 조직을 동원해 김씨의 부상을 막는 한편 김천표를 최대한으로 거두어 압승을 노리고 있다. 10대 무소속으로 김천-금릉서 획득했던 1만 2천표를 민정당의 조직을 통해 배가한다는 것이 기본전략.
민한의 한봉수씨도 1만 7천여 당원을 확보했고 청주 한씨 문중 8백여 호의 지지도 계산하고 있다. 한씨는 출신지인 김천 쪽에서 3만표 이상을 획득하면 상주쪽의 야당세력지지표와 합쳐 당선권에 든다고 보고 김천서 먼저 뛰기 시작한 선제의 핵을 지키려고 부심하고 있다.
민정당 복수공천을 기다리다가 뒤늦게「스타트」한 박정수씨는 투표구책중심의 구사조직을 완전히 재규합했다는 주장. 3천가구에 이르는 밀양박씨 문중과 지식층·교회신자표를 기대하는데 부인 이범준여사도 지방유력인사들과 만나며 내조.
8대 소선거구시절 상주서 압도적으로 당선됐던 김인씨는 고혈압으로 쓰러진 8년 공백을 김윤하씨(9대의원)조직으로 메우며 재기를 노린다. 경북도백시절 「향주지사」로 불릴 만큼 상주를 위해 일했던 점을 내세워 2천여호 되는 상산김씨 벌족을 중심으로 사조직을 넓히고있다.

<진주>
중반판세는 진주농고의 두「병규」로 불리는 안병규 (민정) 조병규 (국민)씨가 약간 앞서고 강춘성 (민농) 허병호 (민한)씨가 바짝 추격하는 양상.
10대에 약 2천표 차로 3위에 머물렀던 민정의 안씨는 그 때의 사조직에 민정당의 공조직을 묶으면 무난히 당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초반에 국민당의 조씨세에 밀린 것은 양조직을 통합하는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고 게다가 10대 때 안씨의 주력부대였던 청년층 중 「열혈」들이 무소속 김재천씨에게로 넘어가 오히려 안씨에게 포문을 겨냥했기 때문.
그러나 안씨는 민정당 공천경합을 했던 진주 최대의 기업체인 대동공업간부의 지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반대로 야성향표는 민한당의 허씨가 야계장악에 부진한 틈을 타 김재천씨 등에게 분산될 조짐을 보여 형편이 훨씬 피었다는 얘기다.
경남도백에다 유정회의원을 지낸 국민당의 조씨는 단연 앞선 지명도를 최대한으로 살려 초반상승세를 고수하려는 전략. 그러나 최근 타후보들의「잽」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고 지사시절 심어놓은 인맥가동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등 운동여건이 악화돼 마지막 수순이 순탄할 것 같지만은 않은 형세.
10대 때 이상민씨가 일으킨 돌풍을 재현하겠다고 나선 민농당의 강씨는 비교적 든든한 재력(농장경영)을 바탕으로 30년만에 처음 나온 경상대 (전 진주농대)출신이라는 점과 두「병규」의 진농에 맞서 진고출신이란 점을 앞세워 표를 다지고 있다.
출마자 중 최고령(60)인 민한당의 허씨는 야당생활 30년만에 처음 얻은 기회를 국회로 직결시켜 달라며 호소하고 있고 김해김씨, 허씨의 씨족지원을 받고 있다.
학생운동을 한 무소속의 김씨(34)는 좌충우돌, 정의한임을 심어 장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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