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적극적인 기술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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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급변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배양해감으로써 시장에서의 우위를 견지하는 수단의 하나는 기술혁신에 있다.
품질「디자인」에서부터 좀더 고도·정밀한 신기술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해 나가야만 국내외 시장의 수요를 환기시켜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혁신을 해나가는 방법은 자체기술개발과 기술도입의 두 가지가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배합해 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체의 기술축적력이 미약한 경제발전단계에 있는 국가는 선진기술을 들여와 소화·흡수해가면서 점진적으로 기술수준을 제고하여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불가피한 과정이 되고 있다.
그것은 기술수준의 비교우위에 입각한 당연한 추세이기도 한 것이며 기술개발투자의 실효를 높이는 면에서도 긍정이 된다.
경제발전단계, 산업저조의 차이에 따른 기술 「갭」(technology gap)을 빨리 단축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착수된 62년 이후 80년말까지의 기술도입건수는 1천 7백 26건이며 이중 초 58·6%인 1천 13건이 일본에서, 22·7%인 3백 93건이 미국에서 들어온 것이다.
말하자면 기술도입의 일·미 편중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견해에 따라서는 미·일지역 편향에서 벗어나 기술도입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으며 그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좀더 시야를 넓혀보면 거기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국가간의 경제협력의 폭은 무역·자본의 교류가 결정하는 것이며 그의 일환으로 기술수출입의 정도도 따라오는 것이다. 미·일이 우리의 주요무역 상대국이며 자본협력국이란 점을 볼 때 그 지역에서 많은 기술수입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도입의 다변화는 종합적인 경제협력변화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 논자에 따라서는 그 동안 기술도입의 대가를 4억 5천 7백 82만 9천「달러」나 비싸게 지불했다고 하나 이 대가가 가져온 국내 기술수준 향상에의 기여도, 산업발전에의 파급효과를 평가할 때 반드시 그렇게만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만약 도입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한다고 했으면 그 비용으로 가능했겠는지, 그 기간 내에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겠는지 검토해 볼일이다.
기술수준이 저위에 있으면서도 빨리 경제성장을 실현하려면 해외기술을 도입하는데 우리는 주저하지 말아야 된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자면 현재의 우리국민소득 수준보다 약간 낮았던 일본의 67연말 기준 기술도입건수는 이미 1만 건을 넘어섰고 이중 60%가 미국의 것이었다.
67연중의 대외특허권사용료지불은 2억 3천 9백만「달러」로 그해에만 특허권수지에서 2억 1천 3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적자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 해외기술을 재 가공하여 산업을 고도화시키면서 세계시장에 상품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의 기술도입건수는 78연말 현재 1천 1백 85건이며 76년이후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도 기술도입추세를 보면 경제개발계획이 진행될수록 도입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경제발전단계가 추진되면 될수록 더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므로 더 새로운 기술을 도입, 정착시켜야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정부가 기술도입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당위성에 비추어 정확한 정책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계도 소용되는 기술은 과감히 도입하는 전진적인 사고방식올 정립해야 할 것이며 그래야만 국제경제무대에서 공격적인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도입된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수용태세가 필수적인 전제조건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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