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언제나 경기가 화복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기업이나 가계도 궁금해 하지만 정부도 이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제때에 적절한 경기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은행이 매달 작성하는 경기 예고지표(WI·Warning index)에 주로 의존해서 경기의 향방을 가늠해 왔으나 금년부터는 경체기획원이 경기종합지수(CI·Composite index)라는 것을 따로 만들어 경기의 새로운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그러면 왜 CI가 별도로 만들어지게 되었고 내용적으로 WI와는 어떻게 다른지, 또 그 장단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우선 CI가 새로 만들어진 첫 번째 동기는 지금까지의 WI가 경기변동을 예고하는데 불충분하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경기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를 집중적으로 모아 경기의 「안테나」를 고감도화 하겠다는 의도다.
가령 WI에는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표 뿐만아니라 지금의 경기나 과거에 어떠했는가를 말해주는 동행 또 후행지표들까지 한꺼번에 끼어 있어 경기예측력이 다소 둔했던데 비해 CI는 이것들을 따로 따로 분류해 경기의 움직임을 더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모두 20개의 지수 중에서 통화나 신용장 내도액·수입허가·건축허가면적 등 앞으로의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련이 큰 9개의 지수를 따로 골라 경기예측을 위한 선행지표로 삼는 한편 대체로 경기변동과 움직임을 함께 하는 산업생산 지수나 가동률 등 6개의 지수로 구성된 동행지표와 시설자금대출이나 기계류 수입 등 5개 지수를 한데 묶은 후행지표로서 경기의 흐름을 그때 그때 확인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 WI에서는 모든 지표가 똑같은 비중을 갖는데 비해 CI는 각 지수마다 경기의 민감도에 따라 가중치를 두어서 계산하기 때문에 경기변화에 더 예민하게 움직이게 된다.
한편 WI는 지표가 항상 0과 3사이에서 움직이게 되어 있는데 반해 CI는 기준연도를 1백으로 해서 지수로 표시되기 때문에 경제의 양적인 확대 등 추세치를 함께 나타낸다는 강점을 지녔다.
이 같이 새로 채택된 CI는 종전의 WI에 비해 전문적이고 세분화되어 있어 경기진단을 위해 더 선진된 계측방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국이나 「유럽」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쓰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우리 경제에도 잘 들어 맞는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경기변화에 민감한 반면에 경제가 불안정해 불규칙 요인이 생기면 전혀 엉뚱한 예측을 할수 있다는 것이 CI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마치 초단파「라디오」가 「채널」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요란한 잡음이 끼어드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우리보다 경제가 훨씬 안정된 일본만 해도 CI를 내부자료로 참고하고 있을 뿐 아직 공식사용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면에서는 WI가 비록 경기변동에 덜 민감한면은 있지만 우리 경제의 불안한 경기순환을 감안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예측의 신뢰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CI는 경기에 민감한 것을 위주로 지표를 선정한데 반해 WI는 투자·소비·통화 등 부문별로 골고루 지표를 모았기 때문에 감도면에서는 뒤지나 부문별 동향을 파악하는데는 더 유용하다.
결국 어느 한 쪽도 완전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양자를 서로 보완해서 경기를 가늠할 수 밖에 없다. <이장규 기자>이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