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동서 「전파 전쟁」|서독내 미 대동구 방송 인기 얻자 방해 공작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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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뮌헨에서 발생한 미국의 대동구권 방송 센터 폭파 사건은 사건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동서간의 「전파 전쟁」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해서 관심이 높다.
『자유의 소리』 방송 (RL)과 『자유 유럽 방송 (RFE) 의 공동 소유인이 건물은 지난 말 21일 괴한에 의해 폭파되어 8명의 부상자와 함께 4백만 마르크 (12억여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범인 체포 때 이렇다할 단서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건은 「전파 전쟁」의 부산물이 틀림없다는 당국의 판단이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전파 전쟁」은 수세인 동구권이 미국의 방송을 어떻게 막아내느냐 하는 것이 주된 것이다. 말하자면 뮌헨 본거지를 두고 있은 미국의 『자유의 소리』와 『자유 유럽 방송』을 에워싼 동서간의 공방이 「전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키」이다.
지난 30년간 대동구권 선전을 담당해온 이들 미국의 방송들은 종업원 1천4백여명에 연간 예산만도 1억7천만 마르크 (5백10억원), 그리고 『자유의 소리』는 주 4백62시간 동안 대소방송을 담당하며 『자유 유럽』은 소련 이외의 전 동구권에 주 5백55시간씩 현지어로 송신한다.
누구하나 귀담아 듣지 않은 소련의 대서구 방송과는 달리 미국의 방송은 신속하면서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인해 청취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전파 전쟁」까지 야기케 된 직접적인 배경이다. 미 당국에 의하면 동구권의 미국 방송 청취자수는 소련에서 2천2백만명, 기타국에서 3천만명 등 5천만명을 넘고 있다.
소련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솔제니친」마저 「자유의 소리」없인 하루도 살수 없다』고 술회했을 경도다.
아무리 동구권이 전파를 방해한다해도 출력 높은 미국 전파를 막을 길이 없다. 뿐만 아니라 「폴란드」 사태 같은 중대한 「이슈」를 국민들에게 철저히 감추려 드는 노력도 이들 미국 방송 때문에 허사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동구권의 입장에서 볼 때 뮌헨의 미국 방송은 바로 「눈의 가지」임에 틀림없고 그래서 동서 냉전의 주요 원인마저 되고 있다.
「맨스필드」 전 미국 상원 의원 및 「한센」 서독 사민당 소속 의원 등이 지난 73년 이후 계속 뮌헨 방송의 해체나 이전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말하자면 냉전 요인을 없애겠다는 의도였다.
그 동안 폭약 투척 등 크고 각은 사건이 끊임없었던 이 방송이 최근의 폭탄 세례로 다시 한번 관심의 도마 위에 올라서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일 수는 없다. 【본=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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