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부설 예능 교실-무엇이 문제인가|문교부의 계획과 대학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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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취학 전부터 초·중·고교에 이르는 5∼19세 연령층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능 교실」이 대학에 부설된다.
과외 금지 조치 이후 예능 분야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우수한 대학 교수들로부터 실기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자 문교부가 보완 조치로 마련한 것.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금지되었던 대학 교수의 예능 「레슨」을 일부 완화해 대학 안으로 끌어들이는 셈인데, 예능계 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원칙에는 찬성하나 현실적으로 대학에서 예능 교실을 운영하는데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고 얘기한다.
문교부 계획에 따르면 음악·미술·무용의 예능계 학과가 설치된 대학에 3개 분야별로 「예능 교실」의 설치를 권장, 능력에 따라 초급·중급·고급 3단계로 구분하여 지도한다는 것.
1년을 2∼4학기로 나누어 등급별로 2년 과정으로 운영하는데 각급 학교의 정규 수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평일에는 하오 5시, 토요일에는 하오 2시부터 2∼3시간씩 실시한다는 것. 방학때는 더 많은 시간을 편성토록 한다는 것이다.
모집 인원·교육 과정·수업료는 각 대학이 교수 요원과 시절 등이 허용하는 한에서 문교부의 승인을 얻어 결정토록 했다. 문교부는 이상과 같은 지침에 의거하여 이달 중에 희망 대학으로부터 설치 신청을 받아 빠르면 4월중 「예능 교실」을 개설토록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능계 대학은 아직 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 외에 이렇다할 운영의 세부적인 내용을 통고 받지 못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 「예술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지속적으로 좋은 교수의 「레슨」을 받아야한다는 필요성을 당국이 인정한 처사로 받아들여 그 원칙에는 찬성한다』는 것이 이경숙 교수 (서울대 음대·성악)의 얘기.
그러나 실제로 「예능 교실」을 대학 부설로 운영하는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는데, 그중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윤미재 교수 (이대·「피아노」)는 교수 요원의 부족을 꼽는다.
81년부터 졸업 정원제로 인해 학생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반면, 교수 요원의 증원은 이를 따르지 못해 대부분 교수들이 1주 20여 시간이 넘게 시간 배정을 받는 등 과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예능 교실」에까지 시간을 쪼갤 여유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홍정희 교수 (이대·「발레」)는 또한 무용의 경우 연습은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한 종목이니 만큼 실제로 학교 공부를 모두 끝낸 5시 이후의 연습이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얘기한다.
그밖에도 공정한 선발 방법, 시설 부족, 적정 수업료 책정, 일부 무모들의 지나친 예능 「레슨」열로 인한 치맛바람의 배제 등이 해결해야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교부가 구상중인 「예능 교실」은 그 기능을 미국의 「줄리어드」 음대의 예비 학교와 비교할 수 있는데, 「줄리어드」의 경우 장차 음대에 진학할 상당한 수준의 학생들을 엄격한 선발 고사를 거쳐 뽑는다.
학생들은 보통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가 쉬는 토요일에 예비 학교에 나와 음악 이론·실기 「레슨」 등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할 음악의 기초 과정들을 공부한다. 교수진은 예비 학교만의 전담 교수들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수준은 세계적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도 「예능 교실」 전담 교수진을 별도로 구성, 책임을 지고 일관성 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예능 교수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수강 대상을 대학생 이하로 한정 짓지 말고 학교를 졸업한 일반인도 필요한 경우 예술 연마를 위해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틔어 주어야할 것이라고 이 교수는 주장한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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