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라인강의 백이숙제-로렐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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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버지 「라인」강』-. 독일 사람은 이렇게 부른다. 독일의 젖줄, 「라인」강이 산업·운수·농작·관광 면에서 절대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본」에서 거로 강변도로를 따라 1시간 반을 가면 「하이네」의 시로 유명한 「로렐라이」 절벽에 닿을 수 있다.
낙화암보다 조금 큰 규모의 「로렐라이」 절벽에 올라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시흥이 일지 않아 얼른 내려왔지만 그곳까지 이르는 연변의 풍물이 관광감이다.
지금도 천여 척의 배가 오르내리지만 중세기 때부터 물동은 주로 육로보다 이 강을 이용했다.
따라서 생겨난게 강 언덕에 드문드문 자리잡은 고성들. 그림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이 성들은 좋게 말해서 통과세를 받기 위해 세력가들이 지은 것이지만 실은 화물선을 상대로 약탈자들이 지은 양산박이었다. 이젠 쓸모 없고 보수비가 들어서 팔려고 내놓아도 1「달러」에도 안 산다는 얘기다.
「본」에 사는 우리 교포나 간호원, 망부의 가족들도 이 강변을 「피크닉」 삼아 자주 나들이한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 구경도 하고 고사리도 꺾고….
이른봄부터 늦여름까지 강 언덕은 탐스런 고사리로 밭을 이루는데 양치과 식물의 유독성을 아는 독일 사람은 아예 외면하지만 우리 교포들에겐 그럴 수 없이 반가운 찬거리인 것이다.
글·그림 정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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