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재미 농구코치 김정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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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농구인 김정욱씨(47)는 한국 여자농구계에선 너무나 유명하다. 대표선수의 산실로 불리는 숭의여고 농구「팀」을 지난 63년 3월에 창단, 5년 동안 감독을 맡아왔으니 웬만한 농구인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마련이다.
이 같은 「코트」의 명물 김씨가 지난 78년 6월 미련 없이 훌쩍 미국이민 길에 올라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했다. 그가 떠날 때까지 숭의여고는 15년 3개월 동안 전국규모대회 54회 우승에, 21명의 대표선수배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으니 그동안의 고초는 짐작하고도 남을만하다. 「슈퍼스타」박찬숙은 그가 키워낸 마지막 졸업생이며 「자이언트」김영희는 떠나던 해에 동주여중으로부터 「스카우트」했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자마자 친지들의 권유로 「코리언·타운」으로 불리는「올림픽」가에 세탁소를 차렸다.
수입도 괜찮아지고 차차 안정이 되자 그는 농구에 대한 향수와 미련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79년 초에 재미농구협회를 조직, 원로농구인 장리진·송영창씨를 고문으로 추대하기에 이르렀다.
또 그는 농구를 하고 싶어하는 교포 어린이들을 모아 주말이면 한국학교에서 농구를 지도하게 됐으며, 이해 6월에는 재미동포「팀」을 이끌고 청주소년체전에도 참가했다. 이 같이 그가 극성(?)을 피우자 재미농구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국가대표「팀」과 고려대감독을 역임한 주기선씨(재미협의부회장)를 비롯, 「쿠웨이트」에서 활약하던 최종규씨, 남편과 함께 이민 온 김추자씨, 그리고 박종수·박성민씨 들 농구인들이 함께 뭉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최영구회장의 적극적인 후원과 백문철씨(경희대와 육군「팀」에서 활약)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고교선수들을 이끌고 8월에 열린 쌍룡기쟁탈 고교농구대회(중앙일보주최)에도 출전했다.
이처럼 가능성을 보이자 재미농구협회는 올해엔 이미 지난 1월「팀」을 구성, 김정욱·백문철씨를 「코칭·스태프」로 하여 8월에 있을 쌍룡기 고교대회를 목표로 강훈을 벌이고 있다. 선수들도 모국에서 경기를 벌인다는 기대감속에 의욕이 대단하여, 김씨는 올해엔 기필코 국내 농구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 올 때부터 하나의 꿈이 있었다. 한양공고와 홍익대를 거치는 동안 선수로서 화려하지 못했던 그는 감독생활을 하는 동안 늘 외국의 선진기술 및 이론을 더 배우고 싶어했다.
이 같은 꿈은 농구 본고장으로 이민 오면서 실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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