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추자양|기사 조남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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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가 평생 해온 얼이란 온통 정적인 일뿐이었다. 바둑판을 앞에 두고 깊이 생각해야하고, 집에 와서도 역사소실이나 바둑 책을 뒤적이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나의 생활이란 소리 없는 바람같이 조용했을 뿐이다.
내가 김추자양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나의 이러한 생활의 반작용 때문일까, 그녀의 육감적이고도 폭발적인 율동은 큰 매력을 주었다.
5∼6년 전인가,「탤리비전」에서 하도 시원하게 노래를 잘 하는 가수가 있기에 아들(송연·25)에게 물었더니 김추자양이란 것이다. 그때부터 김양의 노래를 좋아하게 됐는데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 그녀 자신도 좋아 보였다. 그래서 그녀가 대마초 사건 등에 관련되었을 매는 나도 퍽 서운하게 생각했었다. 그게 아마 열렬한「팬」의 심정이었던가 보다.
나는 그녀가 부른『거짓말이야』『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님은 먼곳에』등과 근년에 발표된『그 언제였나』『모를 일이야』등 어지간한 노래는 따라 부를 만큼 됐다. 그 뿐 아니라 그녀의「디스크」도 몇 종 집에 갖추어 놓고있으며 78년 대마초에서 풀려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진 재기「리사이틀」(대한극장)도 가서 구경했다.
몸을 흔들면서 빨아들이는 듯한 매력은 여전했는데, 그전 같지 않게 그 율동엔 영감이 깃든 듯한 심오한 맛을 더해 주었다.
아들의 설명을 들으면 김양은 많은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련 때문에 김양은 더 깊이 있게 성장했는지 모르지만 몇 차례의 시련에도 쓰러지지 앉고 자신을 지켜온 김양의 의지는 대단한 셈이다.
그런데, 그녀는 요즘 통 볼 수가 없다. 신문에 따르면 그녀는 모 대학교수와 결혼했다는데, 결혼재미에 몰입해「팬」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일까.「탤리비전」에도나오고 활동을 활발히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김양을 한번도 직접 만나 본 일이없다. 만나지도 못했으니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없었다. 아들이『아버님이「팬·레더」라도 보내 보시지요』해서 나도 웃고 아들도 웃고 말았다.
나는 김양이「치와와」란 다섯 마리의 개와 함께 살고, 체중이 60㎏이고, 노천명의『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란 시를 좋아, 하고, 또「스파게티」나「오므라이스」솜씨는「파티」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등 그녀에 대한 미주알 고주알까지 다 알고 있으니 열성「팬」임엔 틀림 없을성 싶다. 언제 그녀의「스파게티」나「오므라이스」솜씨를 맛볼 기회가 있을는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조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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