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생 해온 얼이란 온통 정적인 일뿐이었다. 바둑판을 앞에 두고 깊이 생각해야하고, 집에 와서도 역사소실이나 바둑 책을 뒤적이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나의 생활이란 소리 없는 바람같이 조용했을 뿐이다.
내가 김추자양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나의 이러한 생활의 반작용 때문일까, 그녀의 육감적이고도 폭발적인 율동은 큰 매력을 주었다.
5∼6년 전인가,「탤리비전」에서 하도 시원하게 노래를 잘 하는 가수가 있기에 아들(송연·25)에게 물었더니 김추자양이란 것이다. 그때부터 김양의 노래를 좋아하게 됐는데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 그녀 자신도 좋아 보였다. 그래서 그녀가 대마초 사건 등에 관련되었을 매는 나도 퍽 서운하게 생각했었다. 그게 아마 열렬한「팬」의 심정이었던가 보다.
나는 그녀가 부른『거짓말이야』『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님은 먼곳에』등과 근년에 발표된『그 언제였나』『모를 일이야』등 어지간한 노래는 따라 부를 만큼 됐다. 그 뿐 아니라 그녀의「디스크」도 몇 종 집에 갖추어 놓고있으며 78년 대마초에서 풀려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진 재기「리사이틀」(대한극장)도 가서 구경했다.
몸을 흔들면서 빨아들이는 듯한 매력은 여전했는데, 그전 같지 않게 그 율동엔 영감이 깃든 듯한 심오한 맛을 더해 주었다.
아들의 설명을 들으면 김양은 많은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련 때문에 김양은 더 깊이 있게 성장했는지 모르지만 몇 차례의 시련에도 쓰러지지 앉고 자신을 지켜온 김양의 의지는 대단한 셈이다.
그런데, 그녀는 요즘 통 볼 수가 없다. 신문에 따르면 그녀는 모 대학교수와 결혼했다는데, 결혼재미에 몰입해「팬」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일까.「탤리비전」에도나오고 활동을 활발히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김양을 한번도 직접 만나 본 일이없다. 만나지도 못했으니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없었다. 아들이『아버님이「팬·레더」라도 보내 보시지요』해서 나도 웃고 아들도 웃고 말았다.
나는 김양이「치와와」란 다섯 마리의 개와 함께 살고, 체중이 60㎏이고, 노천명의『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란 시를 좋아, 하고, 또「스파게티」나「오므라이스」솜씨는「파티」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등 그녀에 대한 미주알 고주알까지 다 알고 있으니 열성「팬」임엔 틀림 없을성 싶다. 언제 그녀의「스파게티」나「오므라이스」솜씨를 맛볼 기회가 있을는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조남철>조남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