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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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82년부터 시작되는 제 5차 경제사회발전계획기간 중 필요한 기능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직업훈련계획안이 마련되었다. 정부는 이 기간동안 모두 1천 87억원을 투입, 필요한 기능인력 37만 1천 8백명 중 부족인원 28만 5천명을 직업훈련의 강화를 통해 양성하고 신체장애자를 대상으로 한 특수공직업훈련원 2개소와 여성훈련원 1개소 등을 신설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 계획 가운데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서독과의 합자로「4년제 직업훈련대학」을 설립, 그 졸업생들을 각종 직업훈련원의 교사로 활용한다는 대목이다.
산업사회에 있어 직업훈련은 「평생교육」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일정연령에서 그치는 정규교육과는 달리 직업훈련은 기초훈련·향상훈련·재훈련 등 여러 형태를 통해 일생을 두고 계속하는데 특징이 있다.
오늘의 첨단기술이 내일은 쓸모 없는 것이 될 만큼 나날이 발달하는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익힌 훈련받은 교사의 확보는 기능교육·직업훈련의 필수조건이다. 직업훈련원의 교사양성을 위한 4년제 대학을 설립키로 한 것은 그런 뜻에서 타당한 접근책이라 생각되어 ,그것이 서독정부와의 협력의 산물이란 데서 우리의 기대와 관심은 한층 각별해진다.
기술선진국인 서독은 이른바「마이스터」제란 독특한 기능·기술인구의 양성제도를 확립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나라다.
직업훈련대학의 교수요원이 될 50명이 이미 서독 유학길에 떠났다고 하며 이번 기회에 그들의 선진기술뿐 아니라 기능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독특한 제도를 배우고 도입하는 것은 우리의 장기적인 기술발전과 기능인구확보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정부가 마련한 방안이 지적한바, 지금까지 관주도형으로 이루어졌던 직업훈련을 민간주도형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그 동안 우리 나라 직업훈련제도는 정부가 장차 예상되는 기능공의 공급부족에 대비, 직접 직업훈련에 나서거나 기업가에게 훈련을 의무화시켜온 정부주도형이었다.
물론 기능인력의 수급은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할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생각하면 기업이 스스로 기능공을 양성한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기 보다는 그 자체가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기업에 의한 직업훈련이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것은 비교적 높은 교육수준의 인력이 풍부해서 필요할 때 단기간의 훈련을 거쳐 필요한 기능공을 쉽사리 확보할 수 없었다는 이유 말고도 막대한 훈련비를 들여 기능공을 양성해도 타 업체에서「스카우트」해간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직업훈련에 스스로 참여하려는「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사내직업훈련확충을 잘한 업체에 대해 외국차관을 알선해주고 직업훈련을 위한 시설투자 및 훈련비에 대해 탈세를 해준다는 것은 적절한 구상으로 본다.
그 동안 우리의 기능교육은 양적 팽창에 치우친 나머지 질적 향상에는 소홀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자원빈국인 우리 나라가 날로 격심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길은 독창적인 기술개발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음을 생각할 때 우리의 유일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능률적으로 배치해야할 필요성은 한결 두드러지는 것이다.
기능인구를 질·양면에서 충실화하는 길은 기술·기능인들이 자기직업에 대해 긍지를 갖고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처우문제 등 전반적인 여건개선에서 찾아져야 한다.
철저한 전문기능교육과 직업훈련을 위한 독일「마이스터」제의 도입을 우리가 누차 강조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모든 기능인들이 직업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산업사회, 가치관이 정립되고 또 학력보다는 기술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만 원활한 기능공의 공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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