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개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선거결과가 명백해지자 이어 국회의원선거분위기가 차차 조성돼가고 있다. 의원선거의 실시시기는 오는 3월25일로 내정됐다는 것이며 그에 따라 각 정당들은 다수의석확보를 위한 득표작전으로 부산하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선거일이 공고될 3월초순이후부터 시작되겠지만 정당활동의 형식을 빈 직·간접의 선거운동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전국 92개 선거구에 후보로 나나 출마예상자는 1천명선을 육박해 약 5대1의 경쟁률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고 보면 이번 의원선거는 어쩌면 70년대이후 가장 치열한 선거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선거는 제5공화국의 정계판도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과거 선거보다 큰뜻이 있다. 각당의 진정한 당세가 드러나고 의석분포가 확정되며 당간의 서열이 결정될 것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정치전개양태의 추측도 가능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만큼 각 정당이 다수의석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며 어느 정도 치열한 선거전이 되는 것도 어쩔수 없는 일인지 모른다.
선거분위기가 어느 정도의 열도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의 관심을 높여 선거결과의 정당성올 크게 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일이다. 국민이 냉담한 선거과정이 돼서는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도 「선거다운선거」가 돼야 하며 그러기위해서는 법의 테두리안에서 후보와 당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할수 없었다』거나 『최선을 다할 기회가 없었다』는 말이 나온다면 곧 선거결과에 혼연히 승복할 심정이 아니라는 뜻이 되고 후유증없는 선거와는 빗나가는 방향이 된다.
따라서 누구나 최선을 다해야 하고 다할수 있게 돼야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공명선거의 분위기가 유지돼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관이 엄정중립을 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선거부정시비의 대종이 관권개입이었음을 잊지말아야 할것이다. 선거가 끝난후에도 관이 공평했다는 소리를 들을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선거쟁점을 부각시키는 정당의 노력도 좀더 활발해졌으면 한다. 사실 지난번 선거인선거에서는 이점이 좀 약했던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보다 활기있는 선거, 보다 생산적인 선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쟁점이 나오고 그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쟁점을 낸다는 일은 당의 특성, 또는 독자성의 과시라는 말과도 통한다.
자기당이 다른 당과 어떻게 다르다는 점을 얘기하지 앉고 유독 자기당만 찍어달라고 말한다면「난센스」다. 각당이 활발하게 자당의 특징적인 정책·공약을 내세워 그에 따라 국민이 선택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당이 다투어 공약과 정책을 낸다는 일은 곧 지혜의 경쟁 또는 지혜의 개발과도 통하는 것이다.
공명선거를 위한 정당의 확고한 자세도 있어야 한다. 각당이 요즘 모두 공명선거를 부르짖고 그를 위해 무슨 기구니 모임이니를 제의하고 있는데, 예컨대 공명선거를 위한 공동감시단같은 기구를 설치한다면 적잖은 기여도 할수 있을법 하다.
과거엔 흔히「돈에약한 유권자」란 말이 있었고 돈이 선거승패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유권자들도 선거를 돈으로 결판내려 하는 후보는 철저히 배격해야겠다. 대체로재목이 모자라거나 시원찮은 사람이 그 결점을 메우기 위해 돈을 남보다 많이 쓴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과거선거를 욕되게 한 큰 원인이 관의 편파성과 돈문제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정당에서 비례의석의 배분방식에 이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도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각 당대표들이 한번 회동하여 원만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넘어가는게 좋겠다.
「룰」에 대한 승복은「게임」결과에 대한 승복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선거에 임하는 관련 제당사자의 공명정대한 자세를 기대하면서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주시코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