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남녘은 벌써 화신을 전한다.순천에는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노천 60연생의 고목.
-매화 옛 등걸에 봄절이 돌아오니/옛 피던 가지에 피염직도하다마는/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평양명기「매화」의 시조. 엊그젠 정말 눈발이 펄펄 날렸다.
무서운 겨울과 작별이라도 고하듯이.천시는 어쩔 수 없다.찬바람결에도 어루만지는 기색이 역연하다.
매화의 분포지는 전남북·경남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목은(이색), 위당 (정인보)등 기호의 선비들도 매화를 반겼거늘, 남방의꽃만은 아니다. 하긴 충북·경기·황해도에서도 매화를 볼수 있다.원산지는 중국의 강남지방.
바로 이 매화가 벌써 2천년전 중국 최고의『시경』에도 등장한다.
매화는 옛 시용들에 의해 흔히 냉염, 청향, 청정, 빙설, 호의, 암향등으로 묘사되고 있다.동양인의 심성에 어울림직도 하다. 사군자 중에서도 매화는 역시으뜸으로 꼽히고 있다.
바다건너 일본에선 봄철이면 구주지방으로 「매화열차」가 떠난다.
철도연변의 매화항렬이 관광객들의 환호를 자아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춘매다.
시선들이나 화백들이 청상하는매화는 역시 동매다. 동매는 적당한 난실에서 그 자태틀 드러낸다. 문일평의『화하만필』에 따르면 옛 운현궁과 추사의 별장이 있던 자리(서울의 정동)에그런 매실이 있었다고 한다. 또매화중에도 다산같은 선비는 백매를 더 높이 상찬했다.
목은의 시조 한수는 매화의 고아함을 이렇게 읊조린일도 었었다.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머흐FP라/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석양에 홀로서있어 갈곳 몰라하여라.
이 노래는 고려왕조의 낙조를보는 노신의 감회를 읊은 것이긴하지만, 청색이랄까, 고절의 심정을 매화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도 매화를 노래한 명구들을 수없이 남겨놓고 있다. 『솔(송)불을 켜놓고 앉아 있으니 잠은 오지 않고/꽃 향기는 뱃속까지스며들어…』(매화낙). 바로이향기의주인공도매화다. 그러나 조선조 여류시인 이왕봉의『매화』는 애틋하기 이룰데 없다.
-고향을 못잊기는 옛 매화 탓이로다/담머리 달밝을제 그 꽃이피었고야/밤마다 꿈속에 들어 잊을길이 없어라.
시속의 눈으로는 이런 경지를해아릴길 없지만, 시절은 잊지 않고 매화절이 다가오고 있다. 분망과 혼탁의 나날이지만 한송이 매화의 감동은 그게 아닌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