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탈락"겁내는 신입생 상대「대학생 과외」고개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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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과외바람이 대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졸업정원제로 올해 신입생부터 도중 탈락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일부 성급한 과외전문학원들이 신입생전형도 끝나기 전에 입학 후 유급방지를 위한 특강을 개설,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학원에서는 서울시내 23개 대학교양학부 필수과목인 대학영어·수학·국어·물리·화학 등 5개 과목을 입학식전인 2월에 시작, 4월까지 2개월만에 끝내준다는 선전「팸플릿」을 돌리고 있다. 교재도 각대학교양학부교재를 복사해 사용하는데다가 강의시간도 아침9시부터 저녁9시까지로 꽉 짜여 마치 대학교양학부 강의실을 옮겨놓은 것 같다.
이같은 대학생과외바람은 고교재학생 학원과의 금지조치로 사양길에 접어든 대학입시전문학원들이 앞다투어 「붐」을 조성하고 있는데다가 졸업할 때까지 23%(1백명중 23명)가 탈락해야하는 대학의 졸업정원제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탈락을 면하기 위해 수강할 것으로 보여 자칫 대학교육을 학교 밖으로 끌고 나가는 부작용을 빚을 우려가 크다.
서울 서대문「로터리」학원가에 위치한 외국어전문학원인 문성학원의 경우 서울대·연·고대 등 서울시내 23개 대학교양학부의 5개 필수교양과목을 과목당 월1만5천원의 수강료로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 동안 끝내도록 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 학원의 강의편성표를 보면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누어 연대 영어, 경희대 물리, 서울대 영어, 이대 수학 등으로 대학의 교양학부 시간표를 그대로 강의한다는 것이다.
교재도 「연대영어」의 경우 연세대 대학출판부에서 펴낸 Modern Freshman English를, 「숙대 수학」교재는 각 대학에서 흔히 교양수학교재로 쓰고 있는 원서 또는 미적분학, 「서강대화학」의 교재는 서강대 출판부 발행의 일반물리 등으로 권당 2천원씩을 받고 수강신청 때 팔고 있다.
서울 답십리동 삼영학원의 경우도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초부터 대학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수학 단과반을 신설, 대학 1, 2학년 과정을 2∼3개「코스」로 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대입전문 학원이던 대일학원도 지난해 12월초부터 강좌내용을 대폭 변경, 성인반·대학편입생반 등을 두고 편입생반은 타 대학으로의 편입을 원하는 대학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영어·수학 등의 강좌를 두었다.
이화여대 면접고사장에서 이들 학원의 전단을 받아본 수험생 박영자양(19)은 『고등학교 때 치른 과외열풍도 지긋지긋한데 대학면접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대학과외걱정을 하게 생겼다』며 씁쓸해했다.
연세대 유학수 교무처장은 『단순히 학점만을 따내기 위한 대학이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면서 학원가에 대학생과외강좌가 계속 늘어나고 또 많은 학생들이 유급방지를 위해 학원에 다닌다면 이는 과거 중·고생들의 과열과외보다도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과외학습 허가서롤 발급치 않는 등 방법으로 이를 적극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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