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자원의 빈부와 기술 혁신 따라-성장 「템포」 들쭉날쭉|동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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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싱가포르」와 일본은 닮은 점이 매우 많다. 국토도 좁고 자원도 없는 나라다. 그러나 무엇보다 닮은 것은 경제력이 다같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아시아」 순방 길에 나섰던 「스즈끼」 일본 수상은 지난 13일 「싱가포르」 공항에 깃발을 내디디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싱가포프」를 추켜 올렸다.
『「아시아」의 4「갱」』중의 선두 주자 「싱가포르」는 사실 전후 세계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일본 경제 발전을 교과서로 해서 좁은 국토, 무 자원의 「핸디캡」을 극복, 이제는 일본을 따라붙을 정도의 실력을 갖게 됐다.
「스즈끼」 수상의 이 말에 한 「싱가포르」인은 『일본의 경제적 원조는 필요 없다. 우리는 다만 일본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것뿐이다』고 응수, 신생공업국다운 자신을 보였다.
이광요 수상이 「스즈끼」 수상에게 요청한 것도 다름 아닌 일본의 기술.
「싱가포르」는 이미 과거의 노동 집약형 산업 구조에서 탈피, 기술·자본 집약적인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힘을 기울이는 분야는 자동차 부품·공작기계·광학·정밀 기기 등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능 인력의 양성에도 정력을 쏟고 있다.
값싼 인력에 의한 저질품보다 비싼 임금을 지불하더라도 고급품을 만든다는 방침에 따라 기능 인력에 대한 처우도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 80년에 8%의 높은 성장을 보였으며 올해에도 8∼9%의 성장은 어려움 없이 달성하리란 전망이다.
「아시아」 경제 모범국으로 꼽혀온 대만도 80년에 농업 부문의 「마이너스」 성장에다 20%를 넘는 「인플레」로 고통받았으나 4·4분기부터 석유 파동의 조정이 끝나고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 6·7%의 성장을 이룩하는데 저력을 보였다.

<저력 드러낸 대만>
새해에는 일본의 「엔」화 강세로 대일 수출 전망이 밝은데다 외자 도입에 의한 시설 투자 등으로 안정 궤도에 진입, 최소한 7·5%의 성장은 이룩할 것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이 점치고 있다.
1차 상품 시세가 국제 시장에서 강세를 보임으로써 혜택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다.
산유국인 「인도네시아」는 원유 값 인상으로 80년에 들어와 외환 보유고가 70억「달러」로 늘었으며 석유 수입을 배경으로 과감한 개발 정책을 추진, 80년에 7%의 성장 실적을 이룩했다.
일산 l백59 만「배럴」의 산유량 중 4분의 3을 일본·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연간 세입의 62%를 석유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여기에다 80년에는 쌀 생산마저 전년보다 10%가 늘어난 2천만t을 생산, 81년 경제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석유 외에 천연「가스」·석탄·주석·「니켈」이·목재 등 자원부국인 「인도네시아」는 이제 경제 「유아」에서 순식간에 「거인」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자원의 혜택으로 올해 성장도 6∼7%에 이를 전망이다.
「말레이지아」도 원유 수출 가격 상승에다 고무·주석 등 1차 산품 수출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보여 기대에 찬 81년을 맞고 있다.
특히 「말레이지아」는 개인 소비 증가가 늘고 이에 자극 받아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확대, 작년의 7% 성장에서 올해에는 이를 상회하는 7·7%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국제 금융 시장에서 유망한 투자 대상 국가로 꼽히고 있는 것도 좋은 조건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같은 동남아에 위치하면서도 불운한 처지에 있는 것이 「필리핀」과 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거인 발돋움>
두 나라 모두 전체 수출 수입의 40% 이상을 기름 값으로 지불하고 있으며 제2차 석유 파동으로 80년에 20% 이상의 「인플레」를 겪었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1차 산품이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는데도 이 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코코넛」만은 시세가 폭락, 이로 인해 80년에는 농민의 구매력이 5∼6%가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개선될 조짐이 없어 당국자들도 『81년에 경기가 회복될 전망은 전혀 없다』는 비관적인 건망이라는 얘기다.
태국은 인도지나 반도의 정세 불안이 주요 변수로 작용, 설비 투자 감소와 개인 소비 둔화를 가져옴으로써 사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만 농업 생산이 순조로와 정부는 81년에 7·5% 성장은 무난하다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를 좌우할 설비 투자가 민간·정부 부문 모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정부의 낙관적인 견해에 회의를 표하고 있다.
한편 「홍콩」은 산업 구조 다양화롤 국시로 내걸고 이미 2년째 이를 강력히 추진해오고 있다.

<국가간 격차 커져>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섬유 제품에 의존해온 「홍콩」이 2년 전부터는 전자계산기 등 전자제품, 시계 등 정밀기계제품 생산을 크게 늘려 80년에는 이들 제품의 수출 신장률이 50%이상에 달했다. 수출 시장도 대미·대일 시장 일변도에서 최근에는 「유럽」·중동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산업 구조 고도화와 시장 다변화에 힘입어 80년에 10%에 가까운 성장을 이룩한 「홍콩」 은 올해에도 이 같은 성장세를 지속, 8∼9%의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동남아 각국의 경제는 국가간의 격차를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천부의 혜택을 받거나 아니면 기술 혁신으로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성장「템포」를 가속화하는데 반해 두가지 중의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한 나라는 점점 멀리 뒤떨어지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 그 증좌다. <끝>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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