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위주의 식생활을 바꿀 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해의 쌀 생산량이 2천5백만 섬 정도로 평년작보다도 1천만 섬이나 밑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흉작을 기록해 「식량의 무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처럼 국내 쌀 생산량이 떨어져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뜻에서 오늘날 식품 산업이 갖는 의의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사람들은 식량이 부족할 때는 식품 가공 산업이 필요 없다는 견해를 내세운다.
그러나 식량난 시대 일수록 식품 가공 산업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이제는 식량을 직접 생산하는 농업 인구가 전체의 30% 미만 밖에 안 된다. 국민 대다수가 식량을 사 먹는다. 이들에 대한 식료 공급을 위해서는 대단위의 수집·수송·보관·가공·분배의 유통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식품 산업은 식품 원료 생산에서부터 가공 처리 돼 우리의 입에 들어갈 때까지의 과정에서 생기는 갖가지 손실을 막는 하나의 증산 수단이기도 하다.
식품 산업은 같은 양의 식량으로 최대의 「칼로리」를 생산하는 기술이며 식품의 고급화·편의화와 함께 식량 절약의 첩경이 된다.
우리 나라에서 식품 산업이 본격화 된 것은 60년대 후반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제분·제과·제면·어류 통조림·냉동 명태 등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70년대 들어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식품 산업은 다른 제조업의 뒤를 바짝 쫓게 됐다.
70초∼79년 사이에 식료품 제조업은 연평균 16·8%, 음료품은 14·1%의 성장을 이룩했으며 GNP에 대한 식품 산업의 기여도도 60년의 3·l%에서 79년에는 4·5%로 높아졌다.
한편 식품 산업 중에서 차지하고 있는 분야별 생산 비중도 바뀌어 70년에 전체 식품 산업 생산액을 1백으로 보았을 때 육·낙농 제품 생산액은 2·1%, 빵·제과가 10·5%, 제당이 10·4%였으나 78년에는 각각 10·1%, 14·7%, 8·6%로 변했다. 즉 절대적인 쌀밥 위주의 식생활 「패턴」에 육·낙농품이 점차 파고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식품 산업은 가공 원료의 안정적 공급 체제 미비, 기업의 영세성, 식품 행정상의 지원 부족 등이 문젯거리다.
최근에는 불황으로 유제품의 재고가 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식생활을 해나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산업으로 자리를 굳힌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생산 규모를 보면 과실 통조림이 연간 약 4만5천t, 야채 통조림 2만5천t, 수산물 통조림 2만3천t, 냉동 수산물 13만5천t, 유가공품 5천t, 처리 원유 32만t, 「아이스크림」 4만t, 「인스턴트·라면」 20만t 등이다.
이 같은 바탕 위에 81년에는 지난해의 불황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활성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불황의 여파로 인한 적자 요인을 「에너지」 절약형 공장 관리와 성력화로 최대한 보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또 올해의 경기 부양이 어느 정도 될 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에너지」 절약적인 제품보다 대중적인 값싼 품목의 확대 생산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장기적으로 볼 때 가공 식품의 소비 전망은 상당히 밝다. 65년에 가구 당 총 식품지출액 중 가공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7·4%였다. 그러나 70년에는 12·7%, 75년에는 18%, 79년에는30%, 80년에는 32·8%로 추정되며 올해는 35·9%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적인 식량난은 가공 식품의 필요성을 더욱 촉진시킨다.
우리 나라에 강력하게 뿌리 박혀 있는 백미 위주의 주식 관념은 식량난용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따라서 백미 이외의 원료를 주재로 한 식품을 적극 개발해 전통적인 백미 주식에 대체하는 것은 식량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에 기여하고 영양의 합리화를 이룰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일본의 경우 60년부터 쌀 소비가 현저히 줄어들어 그 당시 1인당 연 1백20kg 소비하던 것이 현재는 80kg수준이 됐다. 우리 나라는 약간의 식생활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하나 여전히 1백35kg선에 머물러 있다.
이것을 1일 1식 정도 대체한다면 엄청난 쌀 절약을 이룰 수 있다.
마침 관련 단체에서도 식생활 개선 범 국민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식품 업계가 이러한 「붐」에 슬기롭게 대처, 보리·감자·고구마 등으로 대체식을 개발하면 경영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과 정부·업자들이 식품 산업용 발전시켜 대체식을 개발, 활용하면 식량난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