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이유를 형태화 하는 것이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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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0년대의 젊은이들은 원초적인 혼돈상태를 경험했다.
그들에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이해되지 못했고 적응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기 때문에 현실과 그들의 사고 사이에는 큰「갭」이 생겼다.
소설가 이인성씨(28)-. 그는 이 시대를 아프게 살아왔고 이게 그것을 증언하려 한다.
『70년대 젊은이에게 주어진 현실은 관념이나 제도화된 관점에서 언제나 뒤틀렸습니다. 현상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 생겼어요.』
이러한 상황속에 그는 뒤틀린 현실의 표면적 현상을 꿰뚫고 생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섰다고 말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회와 인간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자꾸 자기분열만 생기게 되고…』
그의 첫 작품『낯선 시간 속으로』(문학과 지성 80년 봄호)는 생의 본질을 찾기 위한 고통스러운 여정이다.
대학에 다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중도에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주인공은 가상의 도시 「미구」에 간다.
(혼미한 입구로 풀이될 수 있는 이 도시는 강릉에 갔던 때를 생각했다고 한다.)
거기에서 주인공은 젊은이들을 만나고 산과 바다를 다니면서 자기분열을 체험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존재이유를 가지고 세상을 불편없이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사건과 말이 확실해집니다. 그러나 존재이유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것들의 균열이 생기는 것 같아요.』이씨는 작품에서 사건과 언어의 균열이 일어날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 세월의 무덤』은『낯선 시간 속으로』의 전편으로 볼 수 있다.
『낯선 시간 속으로』가 자기분열을 확인한 것이라면『그 세월의 무덤』은 자기 분열의 징조가 보이는 때의 이야기다.
『낯선 시간 속으로』의 이야기가 절실했기 때문에 그 앞 단계를 쓰고 싶었는데 때마침 무더운 여름과 무딤의「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한다.
앞으로 74년 가을과 73년 겨울에서 74년 봄에 걸치는 두 작품을 써 73년 겨울에서 74년 겨울에 이르는 4부각을 슬 계획이다.
『저에게 소설은 세상을 살아가고 알아 가는 방법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가 처해있는 삶은 너무도 알지 못할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알지 못할 것을 하나라도 더 형태화 시키는 것이 바라는 전부입니다.』
대학 때(서울대 불문과)대학 신문에 소설2편을 발표했고 동인지「언어탐구」의 일원으로 문학공부를 했다. 발표된 두 작품은 2년여 동안 머릿속에 맴돌던 것을 지난해 9월 대충 완성시켰다.
사건이 전개되고 기승전결의 과정을 거쳐 끝나지 못하기 뒤틀리고있는 것은 그가 보는 세상이 일목요연하게 이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앞에 놓인 현실은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더 고뇌할 수밖에 없다.
두 편의 작품으로 이미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씨는『인간에 대해, 사회에 대해 알기 위해 더 열심히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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