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사실 아니다" 진상규명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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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성기를 내보이는 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제주지검장이 17일 오전 10시 50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어두운 표정으로 고검 기자실을 찾아온 김 지검장은 "음란행위를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사의 표명 여부는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문을 짧게 읽은 뒤 기자들의 질의 응답에 응했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가슴을 손으로 치거나 억울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및 일문일답

오늘 저의 검사생활 통해 가장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22년의 검사 생활동안 검사로서 조그마한 흠집도 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8월 12일 임지에서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으나 검찰 조직에 누가 될 것을 염려하여 제 인적사항과 신분을 감춘 것이 상상조차 못할 오해를 불러 일으켜 저와 저의 가족은 죽음과도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 오해 자체만으로도 저와 제가 몸 담고 있는 검찰의 생명과도 같은 명예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확인되지도 않는 터무니 없는 의심으로 한 공직자의 인격이 말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생 한이 될 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철저하고도 명백하게 진상이 밝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속하고도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검사장으로서의 제 신분이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면 검사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자청하고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부디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 억울하게 실추된 저와 검찰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라는 전제가 있는거지 사의는 아닌가?
=예 그렇죠

-당시 현장에서 체포가 되신거잖아요
=첨엔 안 됐는데 이름과 신분을 안 대니까 체포가 된거죠. 체포라기보다 경찰에 간거죠 확인이 필요하니까 경찰로서는. 느닷없이 절 잡은 거니까 거기서 인적사항을 물어보더니.

-식당 근처였나요?
=그렇죠 좀 떨어진 곳.. 우리집 근처에요 집 근처. 관사로 가는 길이었으니까. 사실관계는 물어보지 마세요.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데 제가 떠들어대면은 또 압력을 행사하는 꼴이 되고 선입견을 주고 영향을 주는 꼴이 되니까

-애초에 신분을 감춘 부분 때문에?
=그렇다.

-황당한 일이 생겼는데 떳떳하게 얘길 했어야지
=얘기해서 신분이 드러나니까 어떻게 됐습니까. 이 난리가 났잖아요 이런 현상이. 제 혐의가 밝혀졌습니까? 유죄가 인정됐습니까? 제가 입건돼서 그런 현직 검사장 공연음란 혐의로 단속, 입건되어 조사중, 그렇게만 나와도 타격을 입는 거 아닙니까. 사람들은 제가 나중에 아무리 무고한 걸로 밝혀져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뭔가 이상한 짓을 했기 땜에 그런거다 오해를 하는거죠 그게 싫은 거였죠

-그 때 술도 안 드신?
=안 들었죠. 물어보세요 제 주량이 어떤(얼마인지) 건지

-상식적으로 그 때 해명했으면 별 일 없었을 것 아닌가.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은 저는 또 어떤 느낌. 서부지청장을 했었는데요.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박모 검사라고 밀양서에서 경찰 불러다가 훈계를 했는데 직권을 남용을 했다고 결국 나중엔 각하처리됐지만 저희들이 볼 때는 말도 안되는 범죄사실도 검찰을 조사하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썼습니까 경찰이. 그게 무슨 혐의가 뚜렷하다고 체포영장까지 신청을 하고. 이게 잘못되면은 검경 갈등을 증폭시키고 이 자체 만으로도 검사장이 경찰에 확인할 게 있어서 나오라고 하면 또 나갈 수밖에 없잖아요. 여러가지 정을 염려를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순식간 입니다. 경찰이 체포해서 가겠다고 하는데 몇 초 사이에 생각을 해야 하는거죠. 저와 검찰 조직에 그나마 손상이 덜 갈것이고 제가 알 잖아요. 하루 이틀만 해명을 하면 조용히 끝날 것이다. 신분을 밝히고 위세를 과시하고 그러느니 일반 시민으로서 해명을 해서 납득이 가면 그게 올바른 절차 아니겠습니까. 검사장인 걸 내세워가지고 나 검사장인데 이게 무슨 짓거리야 이럴 순 없는 거 아니에요.

-1시에 왜 거길
=사실 관계는 물어보지 마세요

-술에 많이 취했다던데
=명백하게 아니고 어떻게 일일이 기억합니까. 말꼬리가 돼서 그게 문제를 일으키고.

-짓궂게 질문 드리자면 왜 들어가서 동생분 이름 대셨다고 이건 사법방해에 해당하는거 아니냐
=동생보고 죽으란 거냐. 이런 분도 있는데 제가 그런 사실이 있었으면 그렇게까지 안 했을 겁니다. 한두번 조사하면 동생에게 피해가 안 가고 저도 조용히 끝날 수 있었던 거 아니에요. 그렇게 확신을 했던거죠. 그걸 잘했다는 게 아니고, 하, 검사장의 신분이 약점이 돼 가지고... 보십시오. 제가 일반인이었다면 이 난리가 났겠습니까? 검사장이기 때문에 이 난리가 벌어진 것 아닙니까. 그걸 제가 염려를 한 거에요.

-결국 제주 경찰이었고 경찰을 총 지휘하는 위치에 계시는 분이 엉뚱하게 말려들어간 건데 경찰이 어떻게 이용할까 이런 생각부터 드셨다면 검경 불신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거 아닌가
=입건해서 조사하는가보다, 사상 초유의 검사장 입건돼서 붙들려서 조사하고 있다, 이런 일들로 계속 가버리면 밖에서는 순수하게 안 볼 것 아닙니까. 검경간 원활해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주고 그렇습니까 지금?

-아니 밖에서는 그렇다치고...
=못 믿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성함 말씀하시고 제대로 조사 받으면 풀려날거라고 생각을 하셨어야지 경찰 조사가 투명하지 않다, 이렇게
=제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건 아니에요. 섭섭한 건 있지만. 투명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오늘 대서특필하고 이 난리가 나지 않았습니까. 저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니까요. 검사장이라니까요.

-그걸 숨겨서 문제가 더 커진거다
=끝까지 숨겨졌다면 모르고 계셨겠죠. 결국 다 알려졌지 않습니까. 제 생각으로는 워낙 순식간에 당한 일이고 전혀 예상 못한 일이어서 그 당시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후회도 되는 면도 있어요. 너무 시끄러워지는 걸 염려했던 것 같아요.

-대검 감찰 본부서도 일단 지켜보자?
=진상 알아야 한다니까...

-대검에서 사표 내라면 내겠다는 뜻?
=할말이 아니죠. 인사권자 뜻이 어떤지도 모르기 때문에 제가 할 말은 아닙니다. 진상규명이 중요하니까. 당사자가 이렇게 해주십시오. 대검서 들은 건 없어요 아직. 이 단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감찰본부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왔어요. 나는 휴일이라서 (서울) 올라온겁니다.

조강수 기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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