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식단 말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외식을 하려고 백반 집에 갔었다.
하얀 밥 속에 보리쌀이 띄엄띄엄 섞여있는 것까지는 눈감아 준다해도 식탁 가득히 늘어놓은 반찬그릇의 수롤 보고 그만 놀라고 말았다. 무려19가지나 됐다.
둘이서 작은 밥 한 그릇씩을 먹는데 그 많은 반찬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혹시 잘못 배달된 것이나 아닌가하고 옆 식탁을 건너다 봐도 혼자 앉아서 먹는 사람의 반찬 역시 가짓수는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신문을 통해 읽은 기억으로는 보리20%의 혼식은 물론 쌀을 아끼기 위해 공기 밥을 장려하면서 반찬 수도 줄이도록 했는데 단속의 손이 미치지 못한 탓인지 그 지경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살펴보니 젓가락이 한번도 가지 않은게 더 많은가 하면 한쪽만 겨우 먹다둔 생선 토막은 과연 어떻게 처리될까 궁금해하면서 식당을 나왔다.
손님을 융숭히 대접한다는 이 고장인심의 후덕스러움을 탓할 바는 아니겠으나 기름 파동이 계속 되면서 자고 나면 오르는게 물가인지라 이 틈바구니에서 살림에 시달리고 있는 한 주부로서 이런 폐습을 하루빨리 퇴치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지영(전남 광주시 산수1동436의4 10통1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