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생명」모녀 맡겠다-강화의 처녀가장 김정애양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시한부 생명의 어머니와 의지할 곳 없는 외딸(중앙일보12월15일자 6면 보도)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지난 23일 패혈증 수술을 마치고 딸 기현양(14)과 함께 신당동 단칸방으로 돌아온 임영자씨(38)모녀에겐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있었다.
멀리 강화에서 사료위탁점을 경영하는 김정애양(27·경기도 강화군 강화읍 신문리18의1) 가 모녀를 맡겠다고 나선 것. 임씨는 처음 『내형제라도 오래 누우면 귀찮아지는데…』하며 망설였으나 김양의 끈질긴 설득에 따라 새해l윌3일 강화로 내려가기로 했다.
『우리 남매도 어둡게 자라왔지요. 신문을 보더니 또 고아가 생기겠구나며 눈물을 글썽이는 동생을 보고 기현이를 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7세때 어머니를 잃고 병석에 누운 아버지와 4남매의 생계를 도맡아온 김양는 지난해10월 아버지마저 병마에 무릎을 꿇자 누구보다도 「부모 없는 설움」과 「배고픈 설움」을 뼈저리게 느껴온 처녀가장. 『그동안 이웃 어른들의 도움이 눈물겨웠습니다. 저도 이젠 이만큼 자리를 잡았으니 도움을 나누어주어야지요.』
이웃 아주머니들은 김양을 「김 총각」이라 부른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억척으로 한 달에 2천원을 받고 교회청소를 하던 여중생이 이제는 월수 약80만원의 사료위탁점 여사장이 됐다.
『인심 좋고 공기 좋은 곳이라 강화에 가면 어머니도 많이 좋아지실 거구요. 기현이는 방학동안에 전학수속을 밟아 새 친구들하고 공부를 계속해야지요.』 <김수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