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과의 「대화 폭」도 넓어졌다.|배우면서 즐기는 대구노인복지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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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노학의 길이 열렸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2288 한사대 부설 노인복지대학. 75년 9월 1일 개교한 노인복지대학은 1년 과정인 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지난 5월 개설한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장수대학원 등 노인 층을 위한 최고 학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현재의 재학생수는 55∼82세까지의 남학생 80명과 여학생 1백16명 등 1백96명.
그동안 학사와 석사수료생만도 4백97명을 배출했다.
노인대학의 교과 과정은 주로 실생활에 필요한 강의와 사회활동을 통해 사회참여의 길을 여는데 중점을 두고있다.
노인대학의 수업광경은 여느 교실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주로 한사대 교수진과 각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는 강의시간에는 빗발친 학생들의 질문공세와 「노트」필기에 열중하는 노인대학생들의 모습이 교실 안을 열기로 채운다.

<진지한 수업시간>
이들 노인학생들에게 단연 인기를 끄는 강의는 노인복지법 제정에 관한 것과 상속 문제를 다루는 세법과목.
나이 탓으로 불교의 극락이나 기독교의 천국에 관한 종교강의는 인기 없는 강의로 몇 해전 아예 교과과목에서 마저 빠졌다.
노인대학생들은 대학과 대학원에 7쌍의 부부학생을 제외하면 외톨이가 된 노인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남녀노인이 함께 어울리는 「포크·댄스」시간이나 야유회 「미팅」· 산업시설견학 등은 노인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과목이다.
노인복지대학에서는 학급별로 학생들이 용돈을 아껴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모으도록 하고있다.
그동안 모은 성금으로 장애아동의 개안수술비와 장애아동을 위한 기술교육「센터」에 기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교육부장 서정덕 박사(71) 는 『노인들에게는 남을 돕는다는 행위가 곧 생의 의욕을 갖게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버스요금 시비도>
노인복지대학은 노인 특유의 허구적인 권위의식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일반대학생들과 같은 교실을 사용하도록 하고 학교 「배지」도 달도록 하고있다.
등교 「버스」안에서는 「배지」를 옷깃에 단 노인학생들이 학생요금을 내려다 경로증 제시를 요구하는 안내양과 시비를 벌이는 모습도 노인복지대학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학생 중 최고령자인 백태인(82·대구시 수성구 수성동l가82의14)은 『대학에 나오면서부터 나 자신의 가치관이 완고했던 것을 느끼게 됐다』며 『요사이는 자식들에 대한 이해와 대화의 폭도 넓어졌다』고 했다.
노인복지대학 전재일 교학과장은 『노인들에게는 소속감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의 차원에서 노인복지를 위해 평생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고령화 추세에 있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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