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드는「친절」인색하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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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람들이 친절한 정도를 계량적으로 파악하고 표시해 보려는 노력은 아직 없었던 것 같다. 경제예서 흔히 쓰이는 물가지수나 실업률과 같이 친절한 정도를 표시하는데 「친절지수」라든가「친절 율」이란 말을 쓰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는 어떤 사람이 친절하다, 혹은 불친절하다고 말한다.
우연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경제·문화·기술수준에서 모두 개발도상국보다 우위에 있는 선진국사람들이 친절한 점에 있어서도 앞서 있는 듯하다.
왜 선진국사람은 경제·사회·문화 및 기술수준에서 우리보다 앞섰을 뿐 아니라 「친절」수준까지 높은가? 우리 말에『광(고)에서 인심 난다』고 한다. 선진국사람은 부유하기 때문에 친절할 수도 있다. 반면에 우리는 그렇게 넉넉지 못하니까 친절할 만한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논리가 우리의 불친절을 그럴듯하게 정당화시키지만 이것이 필요하고도 충분한 설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아직 실증적으로 연구해 보지는 않았지만 한 나라의 민 도나 경제발전, 국민후생과「친절」수준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친절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행복한 사회가 된다고 생각된다.
80년대에 또다시 수출 입국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 우리나라가 계속 선진국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고 중화학중심으로 공업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항상 들어왔다.
그러나 경제전체를 좀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때 자본·기술뿐 아니라「친절」도 못지 않게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선진국사람들은 돈 안 드는 일이면 상당히 친절하다. 우리는 돈 안 드는 일에도 친절하지 않다. 자기와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는 대단히 냉담하거나 아니면 필요이상으로 불친절하다.
특히「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는 경우에 따라서는 돈이 생길 때까지 손님에게 온갖 불친절과 불쾌감을 주려고 든다.
도소매업·식당·술집·「호텔」·운수·교육·행정에 이르기까지「서비스」부문은 광범위하게 우리의 생활과 직접 관련되고 있다.
「서비스」부문가운데는 불친절하게 손님을 취급하고 무리하게 강요해서 벌어들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같이 불친절이 생활의 수단이 되고 치부의 방법이 된다면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단순히 불편을 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경제발전에 큰 지장을 준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학자「컬린·클라크」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산업구조가 1차 산업(농수산·임업)에서 2차 산업(제조업)으로, 그리고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서비스업)으로 고도화되어 간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경제가 발전할수록「서비스」부문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한다. 우리경제도 이제「서비스」부문이 경제전체의 3분의1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체로 중화학공업이 자본과 기술 집약적이라고 하면「서비스」산업은 친절 집약적이라고 할까, 즉 친절해야 잘되는 산업이라는 얘기다.
아무리 화려한「호텔」시설과 747「점보」기를 갖추고 방대한 민원기구가 있더라도 손님을 상대하는 담당자의 태도가 무책임하고 엉뚱하며 지나치게 불친절하다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바가지나 씌우고 봉사료·급행료니 강요하기 위해서 손님에게 불쾌감·불안감이나 준다면 누가 그런「서비스」를 즐겨 이용하려 하겠는가?
물론 불친절한 사람도 그 나름의 이유와 변명이 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현재 「서비스」산업의 체질이 손님에게 친절하게 해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고용주가 비현실적으로 낮은 급료를 주어서 간접적으로 손님에게 부담을 떠맡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엉뚱한 발상에서 오는 불친절이라고 본다.
정상적인 친절 집약적인「서비스」산업체질로 개선하려면 이런 폐단을 없애고 피고용인에 대한 급료의 현실화 내지는 처우개선이 따라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함으로써 자기 스스로도 만족감과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새 시대·새 질서와 사회정화의 관점에서도 불친절에 얽혀 있는 부조리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의 일을 하면서 남에게 혐오감과 불쾌감을 주는 것보다는 친절함으로써 친근감을 주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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